연주가 시작되자 객석은 적막감마저 감도는 가운데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70대 노지휘자의 모습과 단원들이 빚어내는 화음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월드 컵 축구경기에서처럼 감독과 선수들이 이루어 내는 멋진 경기와, 오케스트라지휘자와 단원들이 보여주는 하모니는 일맥상통한다는 생각과, 어느 조직에서도 구성원간에 리더십(Leadership)과 팔로우십(Followship)의 조화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느껴 보았다.
또한 나처럼, 음맹(音盲)도 잠시나마 귀가 밝아지고 영혼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이었을까? 비록 당장은 이해가 힘들더라도 그런 음악회를 찾다 보면 점점 귀가 틔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제자가 스승께 여쭸다.
“저는 아무리 글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뜻을 깨닫지 못하니 어찌하면 좋겠는지요?”
“서두르지 마라, 시루에 콩을 넣고 꾸준히 물을 주면, 비록 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어느새 콩나물은 자란다. 학문도 이처럼 꾸준히 연마를 한다면 모르는 사이에 실력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라.”
제자는 크게 깨닫고 공부에 더욱 정진을 하여 뜻을 이루었다고 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이 좀처럼 불가능 할 것 같은 일들도 꾸준히 노력을 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날 공연 팸플릿에 소지용 티켓을 기념으로 붙여 놓고, 그 티켓에 담겨진 너의 미쁜 마음을 흐뭇하게 간직하면서, 오케스트라가 주는 의미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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