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잘 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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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잘 보았니?”

<중도춘추>

  • 승인 2006-07-07 00:00
  • 송명석 공주대부고 교사송명석 공주대부고 교사
요즘
▲ 송명석 공주대부고 교사
▲ 송명석 공주대부고 교사
, 학교는 기말시험 기간이라 분주하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만큼 나 자신 덩달아 긴장하고 마음이 졸여온다. 모든 학교가 그러하겠지만, 죽을힘을 다하여 가르치고, 힘을 다하여 배우는 것이 우리학교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운 학습의 결과물을 `‘시험’ 이라는, 획일화 되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차피 사람의 그릇은 그 크기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법인데 말이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그 날, 몹시 몸이 아픈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거나, 그 외에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그 아이 만의 재능 따위는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점수 와 등수가, 그 아이의 가치로 결정되며 그 순간 학교에 좋은 학생은 없다.

다만,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을 뿐이다. 시험은, 긴 삶의 여정에서 치러야 할 하나의 절차에 불과한데, 현재, 눈 앞에 보이는 결과중심의 즉흥적이고 근시안 적인 잣대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각기 받은 탤런트(재능)대로 최선을 다해가는 과정 이야 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숨이 차고, 상처가 나고 때로, 눈물이 흘러도 그것으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 치열했던 몸부림의 과정이 언젠가는 자신을 기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은 갈수록 정형화된 사고의 노예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을 인정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 시험을 보고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시험은 잘 보았니?” ‘아니요… 망친 것 같아요. 시험도 내 인생도…” 보지 않아도 혼자 얼마나 아파했을지 짐작이 된다. 이틀째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 되어도 정신이 말짱하다. 정신이 붙들고 있는 육체가, 내 감정이 긴장을 풀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아이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다. 힘들어 하는 순간에 내가 무슨 말로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 중에 정작 아픈 아들을 위로할 어떤 근사하고 딱, 들어맞는 적절한 치유의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H.D 소로우는 “깊이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성찰의 기회가 되어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길 인 걸까?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은 아인슈타인이나 ‘해리포터’를 쓴 조앤K.롤링의 인생역전을 예로 용기를 줄 수는 없을까?

우리가 삶을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은 인간이 어떤 크기의 그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을 준다는 것, 죽을 만큼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곧 지나간다는 말이 입속에 맴돌아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쏟아 놓는 마음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때로는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순간이 내게도 있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시험이 끝나고 나면, 모든 지친 아이들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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