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다른 두 종류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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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다른 두 종류의 기부

<논 단>

  • 승인 2006-07-07 00:00
  •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정용길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용길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6월 26일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라고 알려진 워렌 버핏 회장이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 부부와 만나 기부약정식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에서 버핏 회장은 자기 재산의 85%에 달하는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 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여 전 세계에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

이보다 며칠 앞서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회장이 2년 뒤에는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그는 죽기 전에 5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신의 재산 중 1000만 달러만 자식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자본주의 종주국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라도 침범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계 언론은 이들의 만남을 ‘아름다운 만남’, 이들의 기부행위를 ‘아름다운 기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본다.

이런 아름다운 기부행위를 바라 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 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총수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안기부 X 파일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되어 5개월의 해외도피 생활을 마치고 올 2월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하였다.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되어 해외로 도피했던 정몽구 회장은 1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하였으나 결국 구속되었으며, 두 달 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최근에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기부금액만 놓고 보면 서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부행위를 아름답게 바라보기 보다는 돈으로 범죄행위를 숨기려 한다는 냉소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선진경영연구소가 이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사회공헌 동기에 대해 ‘법적 처벌을 면제받기 위해’(35%), ‘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30%) 등 사회공헌활동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답변이 3분의 2에 달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자들이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행위는 동일하다. 그러나 두 가지 종류의 기부행위는 그 동기나 과정,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아름다운 기부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위선적인 기부다. 전자의 경우에는 삶의 절정기에서 인간애가 바탕에 깔린 자발적인 기부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기부다.

또한 전자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살맛나는 곳이라는 희망을 주게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절망감만 안겨 줄 뿐이다.

우리나라는 언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같은 기업인이 나올 수 있을까? 부를 축적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부를 사용하는 과정도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인간의 얼굴을 한 성숙한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인류애적 자본주의’가 꽃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와 시장의 효율성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로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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