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엉뚱한 주인공들 매력 여전
바다의 지배자와 한판 승부 볼만
영화 사상 지금껏 이런 해적은 없
하기야 열사병 후유증 탓에 휘청거리는 몸으로 무슨 싸움을 하겠나. 명색이 선장인데 배 부리는 솜씨는 좀 낫지 않을까. 그러나.
(갑판장) “항로를 어느 쪽으로 정할까요?”
“되도록 심해로 멀리 나아가되 근해에서 멀리 떠나지 마라.”
나아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어디로 가는 지 그 자신은 알까.
용기는 가뭄에 콩 나듯 나고, 내 몸 하나 산다면 의리도 꿀꺽 해버리는 이 예측 불가능한 사내는 게다가 세상의 나쁜 운이란 나쁜 운은 몽땅 몰고 다닌다.
잭 스패로우. 관객들은 그러나 이 최악의 해적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잭의 첫 번째 모험, ‘블랙펄의 저주’는 국내에서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에서 6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블랙펄로부터 3년. 캡틴 잭이 돌아왔다. 정의감 넘치는 아름다운 청년 윌, 아름답고 용감한 여인 엘리자베스와 함께다.
‘캐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은 잭(조니 뎁)이 바다의 지배자 데비 존스(빌 나이)에게 영혼을 빚졌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블랙펄 호의 선장이 되는 조건으로 100년간 존스의 노예가 돼야 했으나 그동안 도망다녔던 것. 존스는 자신의 부하 괴물 문어 크라켄을 시켜 잭을 쫓는다.
한편 해상무역을 통해 귀족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게 된 동인도회사 사장 커틀렛 베켓도 ‘망자의 함’을 노린다. 망자의 함 속에 든 것은 데비 존스의 심장. 그 심장을 가진 자는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
베켓은 윌(올랜도 볼룸)과 엘리자베스(키라 나이틀리)에게 죽음을 담보로 잭의 나침반을 요구한다. 잭은 데비 존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윌과 엘리자베스는 결혼하기 위해 망자의 함을 찾아야 한다.
속편의 법칙에 충실하게, 스케일을 키우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바다를 떠도는 유령들의 괴상한 몰골은 전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속편의 유령들은 바다 속 온갖 생물들을 섞어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이 문어로 덮이고 손은 게의 집게로 변한 데비 존스는 단연 압권. 코가 없는 그의 얼굴에는 수염 닮은 문어 다리가 꿈틀거린다. 괴물 문어 크라켄,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여자 점쟁이, 무서운 식인종 마을 등도 기괴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다.
제작진의 고민은 정작 ‘어떻게 해야 전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보일까’였던 것 같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같은 인물이라도 성격에 분명한 변화를 주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캡틴 잭의 카리스마에 가려져 있던 윌은 이번엔 잭을 위기에서 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엘리자베스 역시 양손에 칼을 들고 싸우는 여전사가 됐다.
캐러비안의 해적들은 보물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싸운다. 윌과 엘리자베스의 애정, 잭의 은밀한 마음뿐 아니라 데비 존스가 자신의 심장을 따로 상자에 보관하게 된 이유도 사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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