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신중하게 시술
“타투이스트가 보는
이름도 생소한 타투이스트(Tatooist) 남경희(35`)씨는 누구보다 문신에 대한 자부심과 신념이 대단하다. 남씨는 미술학도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그냥 문신이 좋아 심취하게 됐고, 젊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문신의 매력에 빠져 지역에서는 문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문신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호프집을 경영하며 아이 둘을 기르는 평범한 주부였다.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점이 미안했던 남씨는 호프집을 그만두고 색다른 일을 찾기 시작한 것.
때마침 5~6년 전부터 문신에 관심을 기울였던 남편의 권유로 남씨는 처음 문신을 접하게 된다. 문신을 배우기 위해 그녀는 문신숍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홍익대학교 대학로에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에는 문신은 조직폭력배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2배의 어려움이 있었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갔던 그녀는 처음 문신을 접하게 된 며칠동안 울면서 통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들이 수강생의 주류를 이뤘고 젊은학생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실력도 부족해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자신감이 부족해 취미생활로 생각했던 남씨에게 우연한 기회가 그를 타투이스트로 살게 했다. 남들보다 먼저 학원에 도착했던 그녀가 우연히 스승의 문신 실제 시술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 교육과정이 끝나기 전까지 사람몸에 직접 하는 문신 시술 장면을 보여주지 않지만, 우연하게 보게된 문신 과정은 남씨를 타투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고무판이나 돼지껍데기에 연습했었지만 ‘사람에게 내가 그려주는 문신을 하고싶다’라는 욕구는 그녀가 말하는‘문신쟁이’가 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녀의 첫 번째 작품 대상은 그녀의 남편.
“박쥐 모양을 형상화한 문신을 남편의 팔에 한땀한땀 그리면서 느꼈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첫 작품인데 잘했다고 말하시는 선생님의 칭찬은 큰 힘이 됐어요.”
첫 작품을 계기로 실력을 쌓았던 남씨가 대전에 전문 패션 문신숍을 오픈한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주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타투이스트로의 삶이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부모님과 친구들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원칙이 있다. 문신하면 떠오르는 소위 ‘조직 문신’은 않는다. 문신은 패션의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 때문이다. 여러 차례 의뢰가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순수한 패션을 위한 고객들만 고집해왔다. 또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거나 20대 초반의 젊은 학생들에게도 문신을 권유하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도 돼보고, 여자친구의 입장도 돼서 생각하고 권유한다”는 남씨는 그의 철학 때문에 ‘누님’으로 추종하는 신봉자들이 많다. 평생 몸에 가져가는 문신을 한때 섣부르게 판단해서 새기고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시술은 신중하다.
그녀의 바람은 문신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 태국이나 필리핀에 가면 길거리에서 타투이스트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외국의 경우에는 문신을 철저한 패션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 문신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은 편이다.
“문신을 하나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패션수단으로 생각하길 희망한다”는 남씨는 사람들에게 ‘자기표현’이라는 평생의 동반자를 선물하는 진정한 타투이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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