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지방자치의 역량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무리하게 시작한 지방자치제도도 이번 민선 4기를 고비로 10년이 넘는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고, 지방정치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주민의 생활에 가징 근접하게 있으면서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가 말 그대로의 지방자치가 아닌 중앙정치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 생활을 뒤흔드는 것도 우리는 경험했다.
지방의 행정과 정치적인 이슈는 그 지방의 주요한 고유의 업무이고 바로 그 지역 주민의 삶과 대부분 직결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국가의 예산을 직접 집행하고 행사하며, 특히 민원과 관련된 인`허가 사항을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수많은 공공기관들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고 관리하고 감독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은 바로 실질적인 지방 주민의 생활 속에서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영향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지방자치단체의 장(長)과 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은 대부분 말 그대로 지방의 자치적인 판단과 지역의 현안에 대한 판단이 아닌 중앙정치의 이슈와 정략에 의해 좌우되기 일쑤다. 바로 지난 5·`31지방선거가 이런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주었다.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지방에 대한 정책과 의지 그리고 소신이 주민들의 투표에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중앙의 각 정당들이 내세운 정략과 전술 그리고 감성과 이미지 등에 의하여 당락이 결정되었다는 것이 지난 지방선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정책과 의지, 그리고 정치적`행정적 소신에 의하여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은 주민들의 기대와 지지 그리고 믿음과 지원을 바탕으로 임기 동안 주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힘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보다는 이미지, 신념보다는 감성을 바탕으로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은 임기 중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검증이 따로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하는 민선 4기의 단체장과 의회는 비록 지난 선거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평가와 검증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민과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한 많은 정책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였다.
이제 민선 4기의 출범을 계기로 단체장과 의회는 선거과정에서 제시된 정책과 공약에 대한 약속을 실천하고, 이를 보다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무도 듣지도 보지도 않았던 정책이더라도, 그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것이 주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선거과정에서 비단 자신이 제시한 것이 아니라 상대편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진정으로 우리 주민의 행복과 삶의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지역의 발전을 통해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당리와 당략을 떠나서 과감하게 채택하여 추진해 가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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