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자습시간 사제간 ‘행복한 책읽기’

아침 자습시간 사제간 ‘행복한 책읽기’

[책사랑 독서교육]대전 용전중학교

  • 승인 2006-07-05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대덕구 중리동 234-7에 위치한 대전용전중학교(교장 박경철). 지난 83년 개교해 963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924명의 남녀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동대전고와 이웃하고 있는 이 학교는 녹음이 우거진 교정만큼 조용한 학습분위기를 자랑한다. 특색사업으로 독서교육이 활성화돼 있다. 아침자율독서시간 운영으로 독서생활화를 꾀하는 등 다양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학교다.
◆사제동행 독서교육



아침 자습시간이면 대부분 학교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전날 있었던 일부터 TV시청 이야기로 아이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 들뜬 분위기는 1교시수업까지 연결되기 일쑤다. 하지만 용전중의 아침자습시간은 이처럼 북적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책을 읽은 느낌을 간단히 메모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학교가 매일 아침 운영하고 있는 사제동행 독서시간의 모습이다.

아침 8시30분부터 8시50분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 독서프로그램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책을 읽는 광경이 자연스런 일상사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 독서교육을 맡은 김현진교사(국어담당)의 노력이 학교 독서교육 프로그램 정착에 큰 몫을 했다.

김교사는 “우리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차분히 하루 일과를 시작할 여유도 갖지 못한 채 ?i기듯이 생활하고 있다”며 “그런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심어주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그 첫 시작으로 ‘독서로 여는 아침’인 아침독서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눈에 띤다. 기꺼워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교사들의 수고가 있어 이 학교의 아침은 독서로 시작되고 있다.


◆독서노트 ‘나의 책밭 일구기’



이 학교는 학생들이 책과 더욱 가까이 지내도록 독서노트를 마련해 보급하고 있다. 98쪽 분량의 독서노트는 아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꾸며놨다.

학교에선 아무리 좋은 독서라도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행복한 글읽기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독서는 우등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담감은 책과 점점 더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줄여주고 쉽고 재미있는 독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서노트를 마련한 것이다.

이 독서노트는 월별로 구성돼 있다. 매일 읽은 책의 내용중에서 인상깊은 내용을 한두 줄 정도로만 간략히 쓰게 했다. 또 독서퍼즐 만들기, 책표지 만들기, 독서만화 그리기 등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기존의 딱딱한 독후감 형식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독후활동을 할 수 있어 독서에 대한 흥미를 높여 주고 있다.


◆학급문고 설치



학교 도서관은 그 여건상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을 모두 보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학교는 그래서 학생들이 쉽게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학급에 작은 도서실인 학급문고를 설치해 놓았다. 이 학급 문고는 학생들이 가져온 책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강요된 독서목록에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자유스럽게 읽기 때문에 학급 문고가 잘 선정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항상 손을 뻗으면 쉽게 책이 닿을 수 있어 학생들은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는다.


◆도서실과 친해지기

학교도서관 시설이 잘 돼 있고 좋은 책들이 가득해도 학생들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일단 도서관을 오게 해서 둘러본 뒤 한 권의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학교도서관과 인연을 맺는 길이다. 용전중은 그래서 학생들이 도서관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갖고 있다.

학기 초 도서관이 개관될 때 3-5일 정도는 달콤한 막대 사탕이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작은 막대 사탕 하나일 뿐이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도서관에 들어오고 도서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준다.

또 100, 1000, 2000권 등 의미있는 숫자 대출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준다. 책속 보물찾기 행사도 갖고 있다. 책에 있는 내용 중 그 책을 잘 표현하는 일부 구절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보고 해당 도서를 찾아내는 행사다.


◆교사와 학부모 독서교육 연수실시



학생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속에서 독서습관을 갖기 하기 위해선 부모와 교사, 학생이 협력해서 매일 약속한 책읽기를 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독서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이 학교에선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독서교육 연수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3회 실시했다.

이 연수를 통해 독서는 취미활동이 아닌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알리고 독서에 대해 한걸음 다가서는 이해의 시간을 갖는다.
인터뷰


■ 박경철 교장


독서통해 지식 축적
생각하는 힘 길러줘





“독서는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며 지식도 쌓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어릴 때의 독서습관이 평생을 간다고 할 때 독서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용전중 박경철(52)교장은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이같이 밝히고 “학교에서 아침자율학습시간 20분간을 사제동행 독서시간으로 정한 것도 독서교육 실천 일환”이라고 말했다.

박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주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듣고, 말하고, 머릿속에 쌓아가고 있다”며 “이런 지식 정보들은 정선된 것이 아니고 체계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교육에서 문제해결력, 창의력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사회현상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것”이라며 “이같은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력, 융통성을 기르는 것이 바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교장은 “독서는 다양한 경험을 만나도록 해주고 책속의 주인공이 돼 위대한 스승도 만나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는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책과 더불어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져 장차 하려는 일에 자신감과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일에 도전하면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교장은 “독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학력신장의 밑거름이 된다”며 “중학교 시절에 많은 독서를 한 학생은 고교에 가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되고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고 덧붙였다.
▲박경철 교장
▲박경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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