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출 행정도시 건설단 제1사업단장 |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란 명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사로 다가오는 현실에서 매년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면적이 묘지가 되어가고 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부기관인 후생성의 주관으로 ‘묘지사업의 영속성, 비영리성, 필요성’이라는 3대 원칙하에 공영 중심의 장묘정책을 펼쳐가면서 꾸준한 제도개선 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묘지는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도시의 미관을 살리면서 공간활용을 겸한 녹지공간으로 도시 내에 자리 잡았고,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추어 오히려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화장이 아닌 매장위주의 장묘문화를 유지하고 있던 미국의 경우도 최근에는 화장을 권장하는 추세이며, 가끔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공동묘지는 단순한 공동묘지가 아닌 아름다운 공원을 연상케 한다. 미국의 공동묘지 역시 산 자의 주거지역과 가깝게 조성되어 있고,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거나 심지어 결혼식까지 열리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경우도 90년대 이후 국가정책의 변화와 시민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전개한 개선운동으로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 위주로의 변화는 납골시설의 부족, 석물위주의 거대납골묘 탄생 등 또 다른 문제를 가져다주었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납골시설의 부족으로 심지어 장례기간까지 연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기존 분묘의 유골 화장이 유행처럼 이루어지며 장묘문화의 지나친 상업화를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지방의 한 지자체에서 추진한 가족납골묘 지원사업은 납골분묘의 크기와 사용재료 등에 대한 규정 없이 무작정 추진되면서 오히려 그 지역의 명산들을 흉물로 만들어 버렸고 분묘 내부가 통풍이 안 되면서 해충 및 벌레가 들끓는 등 환경문제까지 생겨 지원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납골과는 다른 친환경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수목장(樹木葬) 등 자연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한 뒤 골분(骨粉)을 나무와 화초, 잔디 주변에 묻거나 뿌리는 자연친화적 장묘방식이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생사관과 함께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의 철학도 담겨 있다. 유족들은 묘지나 납골당 등 별도의 토지 및 시설이 없어도 나무를 가꾸고 돌보며 고인을 추모하게 된다.
얼마 전 한국산림정책연구회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중 6명 이상이 수목장을 바람직한 장례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목장이 우리에게 알려진게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수목장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수목장제도의 도입을 위해 법률적 검토 및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목장 등 자연장제도가 본격 도입되어 시행되면 보다 친환경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장묘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또 이는 매장으로 인한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여 국토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 후손들의 성묘편의와 친족 간의 화합도모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모든 생명체는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며 존재한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자리도 빌린 것이고 뒤에 올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비워줘야 한다. 산 자의 삶에 웰빙이 있다면 그 이후엔 웰다잉(well-dying)이 있다. 오늘 나는 ‘잘 묻힌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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