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과정 내내 각 후보자의 면면이나 정책은 전혀 무의미했고, 오로지 정당의 선호 바람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마다의 특유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이슈만이 부각됨으로써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역의 참 살림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파의 파견인을 뽑는 선거가 되었다.
이렇듯 지방선거가 왜곡되고 파행을 겪게 된 데에는 정당공천 탓이 컸다.
특히 기초단위의 건전한 풀뿌리 정당조직이 부재한 상황에서 섣부른 정당공천확대는 공천의 불공정성과 비리로 이어지는 등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출마희망자들은 공천을 얻기 위해 지역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유력자에게 줄서는 ‘해바라기성 정치’ 행태가 난무했고, 가짜 종이당원 양산, 충성경쟁등 그 파행행태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공천희망자로부터 4억4000만원을 받은 김덕룡 의원과 미화 21만 달러를 받은 박성범의원의 공천비리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결국 당초 지방의회를 정당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자치단체에 대한 효율적인 감독과 견제를 하고,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정당공천제의 도입 명분은 무색해졌다.
물론 이러한 결과에 대한 종국적 책임은 작년 6월 공직선거법의 엉터리 개정안을 졸속 통과시킨 국회에 있으며, 저 자신 국회심의과정에 있어서 그와 같은 졸속입법을 저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솔히 그 부작용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찬성을 한 점에 대하여 깊이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나마 저는 이번 지방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러난 그 부작용이나 폐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며, 특히 서둘지 않으면 내년 대선, 내후년 총선에 밀려 또 다시 4년 후 지방선거 때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거에서 참패해서 그런 것 아니냐, 법 고친지 1년 밖에 안되었는데 또 경솔히 법 바꾸려 한다 등등의 비판을 감수하고 개정안을 마련했다.
제가 발의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안 주요 요지는 첫째 기초의원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에 대하여도 정당공천을 금지시키고, 둘째 당적 보유자의 기초단체장및 기초의원 출마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지방이 중앙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하고 자기책임성을 구현하고, 주민이 주민대표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각기 선출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주민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지방자치의 정신이고 핵심과제인 만큼 정당의 개입을 최소한 차단시키고자 하는데 그 목표를 두었다.
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자마자 전국적으로 빗발치는 격려가 있었다. 물론 몇몇 분은 정당공천제의 순기능을 살려볼 생각하지 않고 개정한지도 얼마 안 돼 또 법을 바꾼다는 질책의 말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반드시 그 개정안을 관철시켜 달라는 당부를 하셨다.
또 제 법안 발의를 계기로 국회에서도 그 뜻에 공감하는 약 50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하는 모임을 결성까지 하였다.
이제 지방선거에 있어 정당공천 배제는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하기야 지방자치나 주민이야 어찌됐든 자신의 정치적 특권이나 기득권을 움켜쥐려는 얄팍한 정치꾼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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