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높은 임상시험으로 한의학 효과규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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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높은 임상시험으로 한의학 효과규명 필요

<사이언스칼럼>

  • 승인 2006-07-03 17:44
  •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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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
▲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원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학 분야의 EBM(Evidence Based Medicine: 근거중심의학)구축이 요구되면서, 한의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양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실험 및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한의학의 효과를 확인하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침구치료 및 한약의 효과를 오랜 기간 경험적으로 확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학적인 연구라는 측면에서는 뒤늦게 시작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침구 관련 임상연구 논문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적용 질환도 점점 다양해지는 데 반해, 정작 그 신뢰도가 높은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직까지도 많은 침구임상시험이 낮은 수준의 디자인 설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임상시험의 질조차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과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임상시험방법론으로 한의학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의학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개별적인 처방과 치료인 데도 불구하고, 표준화되어 있는 임상연구 방법론 안에서는 처방 및 치료방법을 일률적으로 통제해야 하며, 이 경우 한의학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의사와 환자 간의 직접적인 대면 및 시술이 필수적이므로, 치료효과가 단순히 의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호손효과(Hawthorne effect)라든가, 의사의 편견이 배제되지 못했다는 논박의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을 차치하고라도, 과학적인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들이 있다. 피험자들을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처음 배정할 때 두 군 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한 무작위배정, 위약효과(Placebo)- 피험자에게서 나타나는 치료효과가 실제 약이나 치료기술의 효과가 아니라, 치료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를 배제하기위한 Blinding, 그리고 객관적인 진단기준과 선정/제외기준, 적절한 평가변수와 정확한 측정 등이 임상시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그 근거와 자세한 설명이 서술되어야 한다.

임상시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에 윤리적인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과학의 발전이나 사회의 이익이라는 미명 아래, 피험자의 인권이 훼손되는 사례는 2차대전의 생체실험처럼 역사적으로도 많이 존재하며, 현재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피험자의 권리 및 안전` 복지 보호가 먼저 고려되어야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피험자의 선정과, 어린이` 임산부` 수감자` 정신이상자 등 취약한 피험자에 대한 부가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각 피험자들에게 임상시험 시작 전에 동의서를 받아야하며,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도 피험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임상시험 진행과정에서 임상시험 관련규정을 잘 따르는지,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임상시험이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고 완전한 데이타가 나오는지 모니터링하는 질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

현재 한의학임상시험이 양방의 임상시험에 비해 가장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이 질관리 시스템이고, 미약한 질 관리 시스템으로는 신뢰도가 높은 결과를 산출하기 어렵다. 질 관리 시스템은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점검, 그리고 실태조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임상시험에 대해 식약청에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는 양방에 비해, 한방임상시험은 아직 식약청의 엄격한 실태조사의 대상이 아니므로, 더더욱 임상시험 질에 대한 자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의 한의학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효과 규명이 필수적이다.

한의학의 특징을 잘 살린 연구방법론 설계를 고민하는 동시에,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디자인, 질관리 시스템 등 수준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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