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철 한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
지난 몇 년간 한국정치는 수박처럼 쪼개기만 하는 분열의 정치를 해왔다. 이제는 찹쌀떡처럼 씹을수록 맛이 나고 언제든지 합칠 수도 있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1988년 이후 한국정치는 다당제로 변화하면서 여소야대와 분열의 정치를 노정하게 되었다. 여소야대의 구도에서는 집권한 민정당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1990년도에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간의 3당 합당이 이루어져 민자당을 탄생시켰다.
이는 내각제 개헌을 미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93년도에 대통령에 당선된 YS는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95년도에는 공화당의 JP를 토사구팽시켰다.
1997년도 선거에서 DJ는 학습효과를 통해 연합하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대를 통한 공동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당의 이념적 색깔이 많이 차이가 나는 정당들이었다. 따라서 결국에는 2001년에 대북정책의 노선차이로 인해 공동정권이 붕괴되었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연합이 이루어지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대통령의 권력은 집중되어 있어서 연합세력과 권력을 나눌 수가 없다. 또한 대통령제에서는 연합의 대가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정권이 붕괴되지 않기 때문에 약속이 지켜지기 힘들다. 반면에 내각제하에서는 연정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권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연합의 약속이 비교적 잘 지켜질 수밖에 없다.
현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의 국민통합21과 민주당의 단일화후보로서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된후 민주당과 분당하여 열린 우리당을 창당하였다. 과거 어떤 정권 때보다도 일찍 분열의 전략을 택하였다. 이는 정당들간의 이념적 차이가 점점 벌어져가는 경향속에서 나타난 사건이었다.
현재는 지역주의 문제가 별로 해결되지 못한 상황하에서 정당들간의 이념적인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의 등장도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분열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인 처방이 바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의 개헌 또는 정부통령제로의 개헌을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현행 헌법하에서도 책임총리제의 준수를 통해 이원집정제 처럼 운용할 수 있지만 권력의 분점이 보장된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개헌이 더욱 바람직한 방법이 된다.
정치세력간의 찰기를 높여 통합 또는 연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서로 권력을 나누어 가질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당간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합의 유인요인이 커져야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97년 이래 연합전략에 인색해왔다. 독자적인 힘만으로도 집권이 가능하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97년도에 이인제 의원을 붙잡지 못했으며, 2002년도 대선에서도 정몽준의원과 연합을 시도하지 않았다.
내년 대선에서도 같은 실수를 하면 또 다시 패배할 수도 있다. 열린 우리당은 매우 급박한 처지다. 연합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야만 내년 대선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국민중심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분한 세력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연합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분점이 보장되지 않는 연합에는 더 이상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두번이나 배신당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모든 정파세력의 이해관계가 일치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 헌법개정을 통해 권력분점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토사구팽의 학습효과로 인해 어느 누구도 연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