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브랜드와 문화백년대계

<문화 초대석>

아티스트들의 프로필을 보면 ‘뉴욕카네기홀에서 데뷔’, ‘라 스칼라좌에서 연주’,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 등의 문구를 볼 수 있다. 어느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는 자체가 아티스트들의 프로필에 명기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어렵게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훌륭한 공연장의 무대에 서는 것이 예술가들의 꿈이고 자부심이며 훌륭한 공연장이라고 평을 받는 공연장들은 그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호응도 마찬가지다. 똑 같은 공연이라 해도 어느 공연장의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관객의 수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심리에서도 당연한 동조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공연을 기획하고 유치하는 기획사 관계자들도 이왕이면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마케팅하기에 좋다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증명이 된다. 어느 기획사의 대표는 공연을 유치할 때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하‘전당’)의 대관가능여부에 따라 결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전당을 선호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전국 최고로 자부하는 무대 시스템과 이것을 운영하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공연자나 기획사들에게 좋은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동안 전당을 거쳐 간 공연자와 무대스태프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곳과 비교하여 우위의 점수를 주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둘째는 좋은 공연과 전당의 특성에 맞는 공연을 선별하여 대관해 주는 시스템에 있다. 날짜만 비어있으면 누구든지 대관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장르별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자문위원들의 심의로 공연의 수준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대관을 허가하는 것이다.

이점은 일부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특정 장르를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전당의 시스템에 맞는 공연만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전당을 이용하는 공연자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고 전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장르별 특성에 맞는 공연장의 신설을 유도하는 것이라 이해를 구한다.

셋째는 수준 높은 자체기획공연을 개최하면서 대관공연에 대한 홍보 시너지가 높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전당에서 개최되는 공연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1년 내내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모든 공연에 대한 정보노출 효과가 높아 자연적인 홍보효과를 얻어 낼 수 있다.

더군다나 전당이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사명이 지역문화 발전을 선도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자체 제작하는 홍보인쇄물에 대관공연의 정보를 실어 배포함으로서 지역단체의 공연까지 홍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전당의 브랜드와 나아가서는 문화도시 대전광역시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혁명이 없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백년대계를 세우고 의지를 보이는 것이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어떤 정책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