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야, 2학년 초기에는 네가 너무 욕심내어 어려운 코스를 선택한 것 같다고 후회 하는 듯싶더니 학점이 그렇게 좋은걸 보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짐작이 간다. 더군다나 많이 말라서 온 널 보니 밤 잠 설쳐가며 이겨내느라 고생 많았을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하구나. 석사 박사학위 하는 언니, 오빠들과 경쟁하여 과연 어린 네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숨마쿰라우데라니….
연대에서 듣는 계절학기 역시 하버드대학에서 학점이 인정되어 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 준비를 위해 좀 더 한국을 잘 알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니 엄마는 안심이다. 동아시아의 경제를 알기위해 먼저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은 잘한 것 같다.
원희야, 또 하나 부탁하자면 한국에 있는 동안 네 경험이 후배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고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지난 번 강연장에서 만난 어느 학부모가 네가 쓴 ‘공부9단오기10단’ 책을 읽고 엄마와 여러 차례 나눈 상담을 참고로 이번 9월에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 대학에 최종적으로 진학을 결정했단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나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돼야 하고 내가 도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라 생각한다.
원희야, 네가 한국에 온지 이제 열흘이 되었구나. 시차적응도 되기 전에 계절학기 듣느라 고생이 많지만 어느 새 6월도 끝자락이다. 우리 아파트 담장을 끌어안고 빨갛게 피었던 줄장미 꽃도 지고 이제는 작은 공작새가 꼬리깃털 펼치고 앉은 듯 한 자귀꽃이 만발했구나. 우리, 건강하게 의미 있는 여름을 보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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