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총체적으로 똘똘 뭉쳐 ‘까짓거’ 불법이면 어떻고, 타락이면 어떻냐는 식이다. 일단 되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밖에 없는 듯 하다. 그동안 불법선거로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지만 이는 오직 남의 일로만 여기는 듯 하다.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그렇다면 교육감 선거가 왜 이렇게 과열과 혼탁으로 얼룩져야 할까?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원 할래, 교육감 할래?” 대답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교육감 한다”가 정답이다. 또 “교육부총리 할래, 교육감 할래?”라고 물으면 역시 대답은 교육감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교육계에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국회의원처럼 임기중에 표와 조직관리를 위해 자기돈 쓸일도 없지, 정치권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도 볼 일 없지, 어디 그 뿐인가. 장관을 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연중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자칫 정치바람이라도 불어닥치면 그야말로 파리 목숨인데, 교육감은 어떤가. 여기에 1년에 두 차례 정기 인사철이 되면 무소불위의 그 권한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일까 교육감선거는 여느 정치판선거보다 더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지난 5·31일 지방선거때와 비교하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번 교육감 재선거는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이 10일 이다. 그러니까 합법적인 선거운동일은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00m경기의 출발선상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승선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는 지난 2004년 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자들은 준비를 끝내놓고 투표일만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유력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A씨의 경우 오광록 전 교육감의 불법선거와 관련 1심 판결 이후부터 재선거 준비를 위한 선거체제를 가동했다는 소문이 교육계 일각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또 다른 유력 주자 B씨는 학교운영위원 선거의 자기사람 심기에 적극 나서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해왔다는 소식이다. 일부 입후보 예상자 측근들은 서로간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으로 누가 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는 양반측에 속한다.
아예 대놓고 누구누구는 당선되도 선거법 위반으로 또 다시 재선거를 해야한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정치판보다 더하다는 생각이다. 이건 검은 유혹보다 더한 네거티브에 속한다. 마지막까지 물을 흐리게 할 작정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투표일까지 이제 딱 한달 남았다. 지금의 시기가 더없이 바쁜 일정이겠지만 법과 약속은 지키라고 만들어 놓았다. 하기 싫다고 휙 던져놓을 수 있는 액세서리가 아니란 이야기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판 선거처럼 막가서는 안된다. 도무지 말이 안되는 악법일지라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육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저런 이유로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출에 있어서 직선제가 무게를 싣고 있다. 물론 현행 간선제와 직선제 사이에서 장단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자치란 입장에서 놓고 보면 선출에 있어 단점이 너무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이번 재선거를 바라보면서 곱지 않는 시선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그 대표적 단점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단점들은 출마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더 나쁜 단점이 될 수 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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