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와 씨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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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와 씨팍

발칙한 질주“애들은 가라”

  • 승인 2006-06-30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똥 도시’에서 벌어지는 ‘몹시 양아치’ 액션
영화 패러디 등 창의적 수용 돋보인 토종애니
8년에 걸친 비주얼 완성도·목소리 연기 눈길





제목부터가 불량스럽기 짝이 없다.
메인 카피는 한 술 더 뜬다. ‘블록버스터급 몹시 양아치 액션’이란다. ‘18금’딱지에, ‘청소년, 임산부, 심장이 약하신 분의 관람을 정중히 사절한다’는 이 발칙한 애니메이션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줄거리는 이렇다.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시민들의 항문을 ‘관리’하는 미래도시. 우수 배변자들에겐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하드를 한 개씩 상품으로 지급한다.

그 탓에 이 ‘똥 도시’에는 구역질 나는 하드 중독자들이 넘쳐 난다.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신조를 가진 아치(류승범)와 ‘일단 때린 다음 생각하는’ 씨팍(임창정)은 똥 한 방에 수백개 하드를 받아내는 이쁜이(현영)을 볼모로 ‘하드 재벌’을 꿈꾼다.

하드 중독으로 난쟁이처럼 쪼그라든 보자기 갱단이 이쁜이 쟁탈전에 가세하면서, 아치와 씨팍은 삐딱한 질주를 시작한다.

욕설은 기본이고 “퍽, 퍽”하는 볼륨 높은 폭력의 파열음이 시종 귀를 때린다. 이렇듯 ‘아치와 씨팍’은 잔인하고 노골적이며 상스럽고 뻔뻔하다. 그럼으로써 묘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한국형’ B급, 키치, 루저, 양아치 문화의 종합선물세트 판.

청소년 임산부뿐 아니라 교양과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도 ‘관람 불가’여야 할 이 영화의 미덕은 주류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종류의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충돌에 따라 기약 없이 뻗어나가면 그뿐. 기존의 관습에 아랑곳 않는 내 멋대로 정신에 충만하다.

그렇다고 관습을 깨부수겠다는 야심도 없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규칙을 몰랐기에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게 제작팀의 말이다.

‘스타워즈’‘인디아나 존스’‘매드 맥스’‘스파이더 맨’‘전함 포템킨’ 등 잡다한 영화의 패러디도 치기는 엿보일지언정 새 것으로 만드는 창의적 수용이 돋보이는 패러디다.

사실 키치와 같은 세기말의 화끈한 문화적 발랄함은 시효가 끝난지 오래다. 지금 코드와 거리가 있는 감성을 가진 이유는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무려 8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덕도 봤다. 8년이나 매만진 덕에 비주얼의 완성도는 상당한 성취를 이뤘다. 2D캐릭터와 3D배경으로 나눠 제작한 원화는 손으로 그린 듯한 따뜻함이 살아 있고, 실사영화보다 500여컷 이상 많은 2000여 컷의 비주얼은 추격신과 액션신에서 자연스럽다.

러닝타임 90분 내내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류승범과 임창정의 목소리 연기는 캐릭터와 스스로를 완벽하게 포갠다. 현영은 특유의 콧소리로 가진 건 외모밖에 없는 이쁜이가 됐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연기에 도전했던 신해철은 악당 ‘보자기 킹’을 맡았다. 자신의 옛 노래를 패러디해 망가짐으로써 팬들에게 당혹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황당한 세계로 질주하는 쾌감이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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