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순박한 시골처녀에서 배신에 몸부림치는 광란의 여인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비통함 때문에 숨을 거두고 싸늘한 영혼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이를 끝까지 지키는 숭고한 사랑까지 표현해야 한다.
‘지젤’은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빌리)들의 무덤가에서 자라난다는 전설속의 하얀 백합처럼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작품. 음침한 달빛이 비치는 숲속에서 너울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채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슬픔을 표현하는 윌리(죽은 성령)들의 몸짓은 발레블랑의 몽환적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지젤’의 하얀색 로맨틱 튀튀(발레의상)와 포인트 슈즈는 떠다니는 영혼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발레블랑(Ball et blanc·백색 발레)의 상징이 됐다. 2막의 군무는 백색발레의 전형이자 압권으로 평가된다.
과부 베르트의 딸 지젤은 같은 마을 청년 로이스를 사랑한다. 로이스의 진짜 신분은 살레지아 가문의 백작 알브레히트. 지젤에게 반해 신분을 감추고 시골청년으로 변장해 지젤을 만나고 있지만, 약혼자가 있는 처지다.
마을에서 포도축제가 열리고 지젤은 마을의 여왕으로 뽑힌다. 지젤이 행복의 정점에 선 그 순간, 지젤과 로이스의 사랑을 시샘하던 사냥꾼 힐라리온이 나타나 로이스의 정체를 밝힌다. 지젤은 배신당했다고 여기며 괴로워하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알브레히트가 꽃을 들고 지젤의 무덤을 찾는다. 월리의 여왕 미르타는 그에게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주문을 걸고, 지젤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옛 연인 알브레히트를 온몸을 던져 살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 올스타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황예민·강예나가 지젤역을, 엄재용·황재원이 알브레히트 역을 맡았다. 황혜민·엄재용 커플은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에뚜왈 갈라’, 2005년 헝가리에서 열린 ‘월드발레스타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받을 정도로 국제적인 발레스타다.
초여름밤을 수놓을 화려한 발레스타들의 대전나들이에 주목해보자. 30일 오후 7시30분, 7월 1일 오후 7시 공연.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관람등급 만 5세이상. 문의: 610-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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