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을 끝마친 회원들이 각자의 애장품(?)을 갖고 남문광장에 모여 경연을 펼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RC에 생소한 필자는 시끄러운 소음과 독특한 연료 냄새 때문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RC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마니아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무선모형 자동차가 시속 100㎞의 속도로 현란한 묘기를 부리며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뛰어난 드라이버도 시내권 주행에서는 도저히 시도 할 수 없는 스피드와 거친묘기를 작은 자동차가 대신하는 모습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하다.
또 실제 자동차의 기능과 원리를 그대로 축소한 RC를 자신이 직접 조립하고 정비해 다른 차량과 경주를 벌이며 승리했을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민평기 회원은 “작고 장난감 같은 느낌이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조종 방식과 짜릿한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레포츠”라며 “사람들에게 숨겨진 질주본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한번 매력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엑스포 남문광장에서 ‘야간 번개’ 모임을하는 이들은 ‘RCDJ(DJ는 대전의 약자)’로 지난 2002년초기부터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카페가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RC카를 즐기는 회원들은 10세부터 46세까지 연령대가 세대를 뛰어넘는다. 섣부른 판단으로 세대차이를 걱정했지만 가장 큰형님인 박훈식(46)씨에게 10살짜리 꼬마 회원은 거리낌 없이 ‘큰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RC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 좋아하는 차에 대해 조언받고, 시합을 벌이는 사이 나이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RC 레포츠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국산이 없고 부품 하나하나 모두 수입산이다보니 차량의 가격이 실제 차를 방불케하는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게는 40만원 안팎이면 장비를 구입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대전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는 회원들의 RC 경주 실력은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연간 15차례 가량 열리는 대회에서 대전지역이 10차례 이상 우승컵을 거머쥘 정도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정규 시합을 치를 수 있는 정규트랙인 ‘서킷’ 하나 마련돼 있지 않다.
대전이 첨단 과학의 도시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시의 지원이 없어 사정이 열악하다.
광주, 대구, 부산 등 대전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광역시는 정규 ‘서킷’이 설치돼있고, 작은 소도시인 단양이나 경주, 청주 등에도 RC를 관광스포츠로 활용하기위해 자치단체에서 직접 예산을 투자해 정규트랙을 설치했다.
대전지역 회원들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직접 연장을 들고 송강동 하천부지에 오프로드 트랙을 만들었지만, 해마다 많은 비가 내리면 오프로드 트랙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전국 최고의 실력을 자부하지만 장소가 없어 대회유치도 하지 못하는 대전 회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직까지 유명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오는 7월말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출장권을 받을 수 있다. RCDJ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서 반드시 국제대회에 참가하겠다는 포부로 연습에 돌입했다.
아버지와 아들, 부부, 연인끼리 동호회에 함께 참여해 더욱 끈끈하고 재미있는 RC는 도심속 색다른 경험을 갖게하는 레포츠로 손색이 없다.
한여름밤, 억눌렸던 질주본능을 발휘해 보자. http://cafe.daum.net/RCDaejeon 문의: www.wrc.co.kr(018-455-092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