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기’란 신호등 기둥에 부착돼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의 변화를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장치이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전 지역에는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횡단보도 159개소에 모두 515개의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 가운데 상당수가 작동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에서 대전세무서에 이르는 도로 횡단보도 5곳에 10여개의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으나 작동은 되지 않는다. 특히 도청과 경찰청 등 관공서가 많아 시민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방문이 많은 곳이지만 고장난 구형 장비가 그대로 달려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음향 신호기’ 대부분이 리모컨이나 신호등에 부착된 버튼을 누를 때만 음향을 내게 되었으나 이를 이용할 시각장애인들은 리모컨을 갖고 있지 않고 버튼을 찾을 표식도 없어 실효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대전시각장애인협회장 이재화씨는 “지난해 한국시각장애인협회로부터 100여개의 리모컨을 받았지만 활용도가 낮아 현재 리모컨을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중 생활보호대상자에 한해 리모컨을 신청할 경우 전액 지원해 준다”며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협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치 당시 시각장애인들의 이동 중 불의의 사고로부터 보호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행초기 신호가 바뀔 때마다 소리를 내 신호등 인근 주민들로 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음향신호기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상당수의 신호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갈수록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 최 모(31)씨는 “한때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들어올 때마다 시끄럽게 ‘삐리릭~’하며 소리를 내던 장치”를 말하는 것이냐며 “소용이나 있는 장치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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