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국력 그리고 국가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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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국력 그리고 국가보훈

<기고>

  • 승인 2006-06-27 00:00
  • 김창석 홍성보훈지청장김창석 홍성보훈지청장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비록 실패하였지만 우리나라 대표는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13일 밤에는 전국의 안방에서 공원광장에서 호프집에서 또는 크고 작은 거리 골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대한민국 팀을 응원하던 국민들은 이천수 선수의 발이 번쩍 들리자마자 토고팀 골문 크로스바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축구공을 본 순간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박수치고 껑충껑충 뛰면서 환호작약했다. 바로 박지성 선수가 온몸을 던져 상대팀 문전에서 얻어 낸 프리킥이 황금 같은 골로 연결되어 1-1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골 하나로 우리 한국팀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마침내 2-1이라는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으며 이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이 나라에 소속된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생각컨대 이 경기는 경기시작 전까지는 불안감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힘과 분위기에서 우리나라 측이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경기시작 행사에서 우리나라 국가가 두 번씩이나 연주되어 나올 때 이것이야말로 우리 팀에게 행운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는데 이는 바로 현실로 나타났으니 나도 아주 감각이 무딘 사람은 아닌가 하는 어찌 보면 남들이 웃긴다고 할 수 있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반면 토고 팀은 어떠했는가. 응당 자기네 나라 국가가 연주될 차례였는데 한국의 국가가 다시 울려나오자(물론 이후에 토고 국가가 연주되긴 했지만) 선수들이 동료들을 서로 쳐다보며 의아해 하는 눈빛은 분노보다는 차라리 슬픈 듯 했으며, 이는 관중석에 온통 우리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 꽉 들어차 함성을 올리며 기세를 올리는 것에 비하여 한 귀퉁이를 차지한 토고 팀의 초라한 응원석과 어우러져 비록 이겨야 할 팀이었지만 측은하고 민망한 마음까지 들었으며 주최 측의 실수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월드컵 참가팀 역시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다른 나라 보기에도 초라해 보이지 않고 한마당 축제가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스위스 전에서 패한 원인에는 심판의 결정적 오심(誤審)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기는 스위스가 인접한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스위스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오심에는 아마 그런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스위스의 상대가 미국이었다 해도 심판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비록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제 꽤 축구에서조차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오른 힘이 뒷받침되었다고 봐야 한다. 직업의식 탓인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하고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이 축제의 광경을 막상 온몸을 던져 우리의 조국을 되찾고 지켜낸 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은 현실세계에서는 실제 구경을 못하고 지하에서만 우리를 가호해 준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실로 이 짧은 시간에 만감이 교차하는 생각을 하였으니 정말 사람은 복잡한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녹음이 점점 짙어지고 만물이 번성하는 성하(盛夏)의 계절 6월은 월드컵 열기로 뜨거운 달이기도 하나 이 달은 또한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 6·25 직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 이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보여주기를 기원하면서 한번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 낸 선열들과 호국영령의 살신성인 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월드컵을 즐기고, 한마음이 되어 거리응원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6월은 적어도 이런 사실을 한번 되뇌이는 시기다. 그 6월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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