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치권 역시 지각변동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대선을 향한 여야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번 선거 또한 평소 지역살림에 큰 관심을 보여 온 국민의 50% 가량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식상함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특히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여당에게 이같은 참패를 안겨준 일은 없는 터여서 향후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독주 등 걱정의 목소리 또한 높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희한한 풍경은 투표에 참여한 많은 국민들 가운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이른바 한나라당의 싹쓸이에 스스로 놀라고 있으니 정녕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집권당의 실정(失政)과 오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상해사건 등이 여당과 군소정당의 참패로 몰아갔다는 것이 도하 언론의 분석이기도 해 집권당의 면모가 이만저만 구겨진 것이 아니다.
선거 후 십 수 일이 지난 오늘에도 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거 못지않게 잘한 것도 많은데 이럴 수가 있느냐,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탄식의 소리가 있는가 하면 여론에 힘입어 정권을 창출한 집권당이 오히려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혹평의 소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어 여야 모두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민심이 곧 천심이요, 백성이 곧 하늘이다’ 는 말이 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는 고사(故事) 또한 있다. 민심에 명줄을 건 정치인이면 누구나 되새길 초심(初心)의 명구(名句)다. 이런 면에서 이번 여당의 참패는 민심 이반으로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민심을 헤아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모든 국가의 최고 정치덕목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점이 웅변해주고 있다. 즉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면 민심은 안정되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 결과는 부정부패, 장기집권, 무능, 독재, 공포정치, 경제파탄 등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는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했을 것이다. 여당은 쓴 잔을 마시며 와신상담(臥薪嘗膽) 해야 하는, 한나라당은 축배의 잔을 들며 대선승리까지 바라보는 그런 양상이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벌써부터 지자체에 대한 의회의 감시와 견제기능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심상치 않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여당대표가 자리에서 물러간 터에 ‘선거결과에 승복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는 최고 통치자의 발언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한미, 한일, 한중, 남북문제를 비롯 오일값 폭등, 불안한 환율, 북핵, FTA협상, 청년층 실업자, 고용불안, 빈익빈 부익부, 불합리한 세제, 경제난 등 국내외적인 난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여야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여당만이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선거에 패했다 해서 용기를 잃지 말고 승리했다 해서 자만하지 말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 여야가 서로 손잡고 고뇌하길 기도한다.
씨를 뿌릴 때와 수확할 때가 있듯 모든 정책시행에는 시중지도(時中之道), 즉 알맞은 때가 있다. 집권했다 해서 하루아침, 아니 집권기간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해서는 안된다. 여야는 상생의 길이, 그리고 국민은 깨어 있음이 나라가 살고 바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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