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온돌)에서 과학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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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온돌)에서 과학읽기

<사이언스 칼럼>

  • 승인 2006-06-27 00:00
  • 정동찬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정동찬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
요즘도 찜질방의 인기가 여전하다. 그 까닭은 바로 구들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서일 것이다. 구들은 온돌의 순수한 우리말로 우리 겨레의 난방을 위한 독특한 장치다. 이미 김치와 함께 브리태니커를 비롯한 세계 유명사전에 온돌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문화적 독창성을 갖고 있는 우리 겨레의 자랑스런 난방 장치다.

구들은 역사적으로 기원전부터 사용해 온 아주 오래된 시설이다. 이러한 구들이 우리 땅에서 처음 생겨나서 주변에 퍼지게 된 까닭은 사계절이 뚜렷하여 추운 겨울이 있고 한 여름을 빼고 나면 가을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긴 기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 겨레가 독특한 창의성을 발휘하여 발명한 난방장치이기 때문이다. 즉, 구들은 인류최초의 연기없는 바닥난방이며, 축열난방인 동시에 중앙난방식이다.

구들의 구조는 방바닥 밑에 돌과 진흙으로 고래둑을 만들고 구들장을 고여 올려 고래를 만들고 구들장 위를 진흙으로 발라 방바닥을 만든 다음 아궁이에 불을 때 연기가 굴뚝으로 빠져 나가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구들장을 데워(축열) 서서히 방출(방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특히 굴뚝은 연기가 잘 빠지는 조절역할을 하게 된다. 구들은 아무나 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마다 지세에 따라 기후나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기후 변화를 잘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연기가 굴뚝에서 아궁이로 거꾸로 흘러나와서 난방 자체는 물론이고 아궁이에 불 지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들 놓는 장인은 기술뿐만 아니라 지역의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대한 과학슬기에 정통해 있다.

우리구들만의 또 다른 특징은 밥 짓기와 방덮히기를 동시에 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난방방식은 오로지 난방만을 하고 있지만 우리 구들은 아궁이가 있는 부뚜막에 솥을 걸어 밥을 짓고 그 열로 구들장을 데워 난방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경제적이며, 에너지 효율에서 이처럼 높은 것이 없다.

특히 서양의 난방방식은 벽난로 등을 활용한 복사열을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사람들의 상체와 위쪽공기를 데우는 방식이지만, 우리 구들은 바닥난방이기 때문에 아랫목과 윗목이 있어 공기순환을 이루는 대류방식으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머리쪽은 시원하고 다리쪽은 따뜻하여 건강에 좋으며, 땅의 습기를 적당히 받아가며 방열하므로 방바닥은 따뜻하고 습도는 적당히 유지하게 되는 자연법칙에 가장 충실한 난방방식이다.

또한 열에너지가 구들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 하루 종일 난방효과가 좋아 다른 어떤 난방방식보다도 성능이 가장좋은 방식이다. 벽난로는 실내의 산소를 적게 하고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지만 구들방은 아궁이와 구들방이 벽체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그런 염려가 없다.

이러한 구들을 우리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을때, 오히려 외국의 현대 건축가들이 배워가서 온수파이프를 활용한 난방방법을 개발하고 이것이 거꾸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활주로 등 주요도로의 얼음이나 눈을 녹이는데 쓰이는 첨단기술의 뿌리이기도 하다.
이렇듯 구들이 담겨있는 과학슬기들을 현대건축에 잘 활용한다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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