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적 생명을 말한다
김명복 판화전 내달 6일부터 롯데화랑
우리는 판화(版畵·a print)를 중
이런 판화가 19세기 이후 화가들에 의해 종전의 삽화적이고, 설명적인 성격을 타파하고,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등에 적용을 함으로써 현대의 ‘오리지널 판화’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천을 거쳐 작금의 판화는 기술적인 특성보다 작가의 창의적인 표현과 실험정신을 가미한 미술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판화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대전 판화를 이끌 젊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판화가 김명복이 사용하는 판재(版材)는 동판(銅版)이고, 차가운 금속의 물성을 가진 판(版)으로 생성하는 것은 생명의 근원이다. 초기에 구체적인 물체를 분해하는 작품에서 그 물체의 본성(本性)을 탐닉하여 왔고, 종래에는 자연이 생명을 부여 받는 대상을 대지에 국한하고, 그 대지가 머금은 수분 즉, 습함에서 생명이 생성되어 숲을 이루는 다소 물리적이고, 철학적인 사고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그 총체적인 발원을 우기(雨期·the rainy season)로 보는 시각을 보여 주었고, 최근에 와서는 생명이 움트는 시각을 확장하여 공간적인 이상을 달(月)에 맞추고 있다. 예로부터 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두움을 동반한 두려움, 스산함에서 오는 찬 기운으로 인식하여 왔는데 작가가 찾는 생의 환희는 무엇일까.
그것은 음기도 만물이 생성하는 근본이 되는 정기(精氣)의 한 가지로 보는 동양적인 사상에 따른 것일 것이다. 그래서 매개체가 달이고, 그 의미를 달그림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김명복의 판화는 차갑고, 단단하고, 이질적인 금속에서 이차적인 전이(轉移)를 통한 회화적인 깊이와 맛을 느끼게 한다. 계획적인 면 분할을 이루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고, 불규칙한 흔적들이 존재함으로써 공간적인 융합이 불러오는 신비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치 초현실주의에서 에른스트가 화면의 질감과 우연적 표현을 이용하여 신비한 환영(幻影·illusion)을 발하였다면, 김명복의 판화는 금속과 감각이 불러오는 미묘한 효과를 잡아내는 조련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모든 미술가가 물성을 조절하여 전이하는 과정에서 회화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단지 사용하는 물질의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우리는 그 회화의 다양함에서 판화라는, 어쩌면 우리와 가장 밀접한 기술이 회화로서 승화하는 과정과 대전 판화를 특징할 수 있는 김명복만의 색 다른 판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판화전은 7월 6일부터 12일까지 롯데화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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