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아파트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전세금 조정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주변 등에서 전세가격이 떨어지자, 재계약 시기가 도래한 세입자들이 가격을 내려 계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주인이 전세값을 내려주지 않아,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해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이 만남을 꺼리는 등 부동산 침체 속 대규모 입주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
유성구 송강동 23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아오던 이모(55)씨는 25일 “계약 만료일이 다가와 집주인에게 전세값을 내려 재계약을 하자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이사를 가기위해 집주인에게 아무리 연락을 해도 잘 만나주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곳은 주변 대덕테크노밸리 단지에 올 초부터 4000여 가구의 대규모 물량이 입주하면서 전세값이 2년 전 보다 1000만~1500만원 떨어져 있다.
최근 부동산 대책 강화에 비수기가 겹치면서 거래가 뚝 끊기는 등 아파트 시장이 크게 위축돼, 집주인이 이사를 가려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마련해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씨는 “결국 한달 만에 집주인을 겨우 만나, 전세금을 받기로 약속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셋집이 팔려야 돈이 나올 수 있어 예정된 이삿날에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행정도시 기대감 등으로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가 입주러시를 이루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큰 평형으로 갈아타거나, 새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사람들이 보증금을 빨리 받지 못해 집주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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