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3월 역사적인 대전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중앙로역의 안내도에는 목척교를 ‘木拓橋’라 표기하였다가 오가는 시민의 지적을 받고 신속하게 ‘木尺橋’로 고친 일은 그런 대로 잘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등천의 계룡로 상에 있는 수침교의 한자 표기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일관성 없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등천 상류 복수교 근처에서부터 시민편의를 위하여 조성한 보행로를 따라 걷다보면 계룡로에 이르고 그곳에 수침교가 있다. 보행로에서 수침교를 올려다 보노라면 교량 상판에 ‘水浸橋’(수침교)라는 표지(標識)가 큼직하게 붙어 있다. 그런가 하면 다리 위로 올라와 다리 네 귀퉁이에 있는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 기념 조형물에는 ‘水砧橋’라고 쓰여있다.
한편 근처 지하철 용문역에 있는 안내도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한자 ‘水沈橋’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용문역사 안의 수침교 영문표기는 ‘Suchim bridge’와 ‘Water pillow bridge’로 쓰고 있는데 이때의 ‘Water pillow bridge’를 한문으로 옮기자면 수침교는 ‘水枕橋’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수침교는 분명 한 가지 뜻일 텐데 한자로 표시할 때는 3~4 가지가 쓰이고 있으니 이를 좀 눈여겨 보는 시민이라면 혼란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침교 이름의 한자표기가 이렇듯 여러 가지로 오래 사용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빠른 시정을 촉구하는 바다.
기록을 뒤져보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으나 지하철 역사의 ‘水沈橋’가 최근 표기이고 ‘水砧橋’ 표기는 1993년대의 제작임이 분명하며 ‘水浸橋’의 실제 제작 시기는 교량가설 뒤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늘 “기본이 바로 선 사회”를 이야기하고 너나없이 주장해 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의 내용은 무릇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를 망라할 것이나 반드시 철학적 담론이나 거창한 것만을 이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시골이나 골목에 있는 다리도 아니고 동네 구멍가게의 이름도 아닌 광역시의 간선도로에 있는 교량명이 이렇게 뒤죽박죽된 채 방치되어서야 되겠는가. 부끄럽고 낯뜨거운 줄 아는 책임의식이 절실하다.
수침교의 바른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 지극히 어렵고 시간 걸리는 일이며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의 눈에 띄어 비난받고 빈축사기전에 바르게 고치는 일이 앞으로의 할 일이다. 여기 나의 지적이 한 힘없는 시민의 사소한 생각이라 여길지 모르나 기본을 바로 세우는데 지름길이요 초석이라고 확신한다.
고향의 지명(地名)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책임이 대전시청의 어느 부서 소관인지 모르겠으나 아마 대전시 책임이라고 보여진다. 대전시 담당 공무원들은 수침교 표기의 혼란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마침 대전시장도 이번에 바뀌었는데 새 시장은 이런 부분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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