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차를 빼다가 선생님 차를 좀 망가트렸는데, 와서 보셨으면 해서요.”
주차장에 갔더니 중년 부부가 함께 있었다.
“급한 마음에 서둘다보니 죄송합니다. 수리하시면 비용을 드리겠습니다.”
“심하게 파손된 것도 아닌데, 연락을 주셨어요?”
“아닙니다. 제 부주의이고, 한 아파트에 살면서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다음날 수리를 하고 연락을 하였더니, 흰 봉투에 수리비를 넣어 가지고 왔다.
나는 “운전을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본의 아니게 부담을 드려서 미안하다”고 하였더니 그는“번거롭게 해드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언젠가 유료 주차장 관리인으로부터 어떤 사람이 내 차에 상처를 냈다는 연락이 와서 가 보았더니, 그 주차관리인과 운전자가 다투고 있었다. 왜 연락해주었느냐는 것이었는데, 주차관리인으로서는 당연히 연락을 한 것인데도 그것을 가지고 항의를 하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후 수리비는커녕 연락조차 받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다.
자동차는 이제 생활필수품처럼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로 인하여 마음 상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 중에는 알게 모르게 법규와 상식을 벗어나는 운전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승하차 할 때 문을 조심하지 않고 힘껏 열어 젖혀 옆 차에 흠집을 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나도 어떤 사람이 주차를 하면서 차를 앞뒤에 바짝 붙여대고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아서 마냥 기다린 일도 있었고, 다른 차가 옆에 바싹 붙여대는 바람에 꼼짝 못했던 기억도 있다.
예전에는 마음씨 곧고 행동이 바른 사람을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법이 있어야 살 사람’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내차를 좀 망가뜨렸던 그 분도 아마 그런 사람이었을 게다. 그 날 수리비를 받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흐뭇하기도 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