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편집부장 |
선거기간 열린우리당 후보들에 맞서 정치논리로 제기한 대수도론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싹쓸이 한후 더욱 공세적이고 위협적이다. 이들은 15일 공장설립 규제 완화 등 수도권 공동 발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행정수도 문제로 가슴앓이를 했던 지역민들로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야 하는 상황이 다시 도래했다.
행정수도를 결사 반대한 한나라당은 수도권 표 결집이라는 ‘값진 소득’을 얻었다.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면 수도권이 거덜난다”는 선거 전략이 통한 것이다. 웬만해선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 수도권에서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둔 5?1 지방선거는 그 결정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 못지않게 한나라당의 ‘수도권-비수도권’ 대립 구도 전략은 수도권 표를 결집시키는 주요인이 됐다.
한나라당의 대수도론에 대한 중앙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기다렸다는 듯 수도권 규제를 풀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의 어설픈 지방 균형발전정책이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정부를 빗대 말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들이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양수겸장인 셈이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내릴 준비를 해야 하는 좁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수도권 규제는 군사정권 시절부터 머리를 싸매던 정책 중 하나다. 도시빈민, 교통, 주택 등 수도권이 안고 있는 골머리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 수도권 규제 즉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출발이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수도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수도론 신봉자인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19일 한나라당 새정치 수요모임에서 “지금 정부가 하듯 수도권-비수도권을 나눠놓고 경쟁하는 식이 돼버리면 국가 전체가 무너진다”고 했다. 표를 몰아준 지역민들에게 보은하는 차원의 발언이라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립 구도를 누가 더 심화시키느냐는 것이고, 수도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한 비수도권은 대수도론으로 더 죽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지적대로 수도권이 국가의 부와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길 원하는 것인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수도권대 비수도권 대립구도를 내년 대선까지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선거를 통한 ‘학습효과’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밀어주는 영남권에 수도권 표를 더하면 내년 대선 투표함 개봉이 필요 없다는 계산법을 갖게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전체인구의 절반인 수도권을 잡아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대선 전략은 굳건해 보인다. 취임도 전에 ‘수도권 빅3’가 만나 대수도론을 주창한 게 그 증거다.
‘수도권 빅3’ 모임에 자극받은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 이완구 충남지사 당선자, 정우택 충북지사 당선자 등 한나라당 소속 충청권 광역단체장 당선자 3명은 19일 긴급회동을 가졌지만 목소리는 왜소해 보인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행정수도 이상으로 충청권의 이해와 첨예하게 맞닿아 있다.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당적을 버릴, 단임으로 끝나도 좋다는 각오로 싸우길 기대한다. 당위성과 명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권력(대통령을 포함 선출직)은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옷을 잠시 빌려 입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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