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세상과 맞선 징~한 사내들

강 적 (주 연:박중훈, 천정명)

거친영상.빠른액션 볼거리
영화 속 대사도 ‘강적’수준
전체적으로 산만한 게 흠



나쁜 일은 보통 겹쳐서 온다. 일이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뒤집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수현(천정명)이 그랬다.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여자 친구와 라면가게나 꾸리려는 데 친구 재필이 부탁을 해온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손 좀 봐달라는 것. 일을 해주다 경찰에게 붙잡힌다. 그런데 하지도 않은 살인죄까지 뒤집어쓰게 생겼다. 인질을 붙잡아 탈주에 성공하지만 이 인질이 경찰이란다. 되는 일 없는 것으로 치면 정말 ‘강적’이다.

강력계 형사 성우(박중훈)는 아들 병구완에 아내마저 떠나버리자 의욕을 잃는다. 관할구역에서 뒷돈 챙기는 사이 파트너가 살해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설상가상, 탈주범의 인질이 된다. 탈주범을 붙잡긴커녕 “나를 빨리 쏴 죽이고 도망가!”라고 부탁한다. 순직수당으로 아들 수술비를 댈 생각이니 진짜 죽여달라는 눈빛이다. 그도 ‘강적’이다.

영화 속 대사도 강적이다. “인간은 다 억울해” “사람도 동물 아닌가” “세상이 원래 시궁창이야” “인생 뭐 (별거)없어” 등 삶에 대한 촌평 같은 푸념을 러닝 타임 내내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성우가 “인생 뭐 없어” 쪽이라면 수현은 “그래도 뭔가 있어”라며 기대를 갖는다.

영화 ‘강적’은 엉뚱한 인연으로 엮인 ‘징헌’ 두 사내가 이 사회의 낙오자들에게도 과연 희망이 있는지를 온 몸으로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삶의 벼랑에서 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우정을 느끼며 운명을 함께 한다는 다소 평범한 소재를 제법 튼튼한 이야기로 얽어낸다. 들고 찍기로 거칠게 잡아낸 유려한 영상과 시종 살이 부딪치는 날 것 액션이 빠른 호흡으로 변주되며 볼거리의 재미도 채웠다.

박중훈과 천정명의 연기 호흡도 괜찮다. 벌써 다섯 번째 형사 역을 맡은 박중훈의 연기에선 노련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고, ‘부상투혼’을 발휘한 천정명의 액션도 흠잡을 데 없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영화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한 게 흠. 조·단역까지 일일이 방점을 찍다 보니 정작 영화 자체는 힘을 잃어버린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