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특권?
이제는 우리 얘기
보통 우리가 옷을 입는 것은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 수치스럽고, 그 때문에 가려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 기원을 두고 있는 기독교 전통의 종교적인 신화나 동양의 유교주의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예의’라는 관점에서 사회적인 조건에 따라 인간은 자신을 감추고 억제하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옷은 창피함과 죄의식의 결과로서 고안됐을까?
진화 이론에 의하면 옷도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서 변화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여인들은 아랫도리만 천으로 두르고젖가슴은 다 드러낸 최소한의 복장을 하는 반면, 이슬람교도 여성들은 눈만 내놓고 다른 모습은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는다. 이런 예들은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감추는 것이 인류에게 보편적이라는 견해를 약화시킨다.
실제로 옷은 감탄을 자아내기 위해 신체를 내보이고 드러내는 것을 돕는다. 인간과 동물에게 있어 옷은 같은 목적 즉, 성적인 선택을 위해 아주 요긴해 보인다.
단지 성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여성의 옷은 가능한 한 여성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의도되어 있다. 여성의 옷은 유혹 원칙이라 불릴 수 있는 것에 지배된다. 즉 성을 의식하는 옷이 그렇다. 이러한 옷은 신체의 윤곽 또는 가슴이나 다리와 같은 특정 부분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디자인된다. 많은 여성들은 주의를 끌거나 신체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된 옷을 소유하고 있다.
탤런트 김혜수를 예로 들어보자.
김혜수는 청룡영화상 시상식때마다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동양인치곤 꽤 풍만한 가슴으로 속이 다 비치는 시스루 의상을 입거나, 가슴의 골이 훤히 드러나는 푹 파인 옷을 입어 그때마다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곤 한다.
서양인들의 노출은 많이 보아왔던 터라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김혜수의 그들 못지 않은 과감한 노출패션은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민망해하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06년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가.
란제리에서 모티브를 딴 레이스 톱과 최소한의 엉덩이만 가린 미니 스커트가 거리에 물결을 이루고 있다.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발을 내디뎠던 윤복희. 무릎 위 20㎝ 올라간 그 혁신적인 미니 스타일의 그녀는 한 시대의 트렌드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그 미니 스커트가 다시 돌아온 지금 여성들은 치마길이를 ‘짧게 더 짧게’를 외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월드컵 열기와 더불어 노출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배꼽 노출은 기본이고 속옷을 밖으로 보이는 용기도 서슴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가수 미나는 배꼽이 노출된 태극기 패션으로 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특정 부류의 연예인이 아닌 보통의 일반적인 여성들도 노출을 즐긴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노출 행위는 누군가 본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것으로 섹슈얼리티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 관음증적 욕망을 촉발하게 된다.
보이는 쾌락, 보는 쾌락과 관련하여 관음증은 시각적으로 얻어지는 모든 종류의 성적 만족에 적용된다.
학교 교사인 한모씨는 “영화 ‘화양연화’에서 여인의 곡선미를 살린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의 은밀하게 뿜어내는 섹시함이 참 매력적이었다”며 “요즘처럼 다 드러내는 것보다 치파오처럼 옆트임으로 걸을 때 속살이 살짝살짝 보이는, 그런 절제된 노출이야말로 남자들에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규례씨(패션 디자이너·대전 삼천동)는 “경기의 호·불황과 상관없이 노출 패션은 대세”라며 “패션은 전체적인 코디가 관건이다. 올 여름 유행인 대님 스커트엔 부드러운 소재의 러플이 달린 블라우스를 입으면 발랄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노출은 여자에게 국한된 키워드다. 타인,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면서 성욕을 자극하는 요소로 늘 논란거리가 된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손병우 교수는 “노출을 과거의 관점으로 옳다, 그르다라는 이분법적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그냥 문화현상으로 봐줄 때 새로운 시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