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미군기지와 한미 FTA, 그리고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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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와 한미 FTA, 그리고 월드컵

<기자수첩>

  • 승인 2006-06-22 00:00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 한성일 정치행정부 기자
▲ 한성일 정치행정부 기자
“지역과 국가 번영 발전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침략 기지를 위하여는 한 평의 땅도 내놓을 수 없다. 돈도 필요 없다. 농사 짓고 살고 싶다….”

평택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의 절규가 가슴을 도려내듯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 89년 평양청년학생대축전에 임수경양과 같이 참가해 판문점을 통과했고 새만금갯벌 살리기에 앞장섰던 문규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가 20일 대전에 와서 특강하며 보여준 영상물과 강연은 눈물 없이는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담고 있었다.

대전충남평통사 초청으로 대전에 온 문규현 신부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로서 이 날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평택미군기지 확장의 문제점’에 대해 강의하는 자리에서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FTA 협상 반대 원정 시위때 썼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에 대한 잔혹한 진압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공개했다.

문규현 신부의 형님 문정현 신부는 대추리에서 죽어나갈 것을 매번 다짐하며 보름째 단식 농성중이고 문규현 신부도 형님과 함께 단식에 동참하며 삭발한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을 함께 해오고 있는 중이다.

새만금 갯벌 살리기 농성, 스크린쿼터 축소와 한미 FTA 반대 투쟁에 이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에 F-15K 기종 선정 과정중 조종사 2명이 비행 훈련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태 등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산적한 이때, 온통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은 월드컵 열기는 진실을 호도하고 외면하려는 정권의 실책으로 비쳐져 씁쓸하기만 하다.

평택 주민들은 월드컵으로 인해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이 묻혀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선동적인 월드컵 광풍에 가려진 참혹한 현실세계를 냉정히 바라보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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