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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 승인 2006-06-21 00:00
  • 박경미 대전중원초 교사박경미 대전중원초 교사
“선생님, 짝꿍이 한자 안 외우고 자꾸 장난만 쳐요.” 곧 있을 교내 한자 급수제 준비로 아침 시간을 보내던 유미가 짝꿍의 딴 짓이 거슬렸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알려왔다. 뭔가 조치를 바라는 눈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반응할 자유를 준다는 뜻’이라는 헨리 나우엔의 말이 내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던 터였다. 헨리 나우엔에 따르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에 기뻐하기도 하고 부정적 반응에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람에게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유미야, 짝꿍이 한자 공부하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니, 아니면 공부를 방해해서 화가 나는 거니?” “둘 다요.” “짝꿍을 걱정하는 마음은 예쁘고 소중한 마음이란다. 하지만, 짝꿍이 네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지.” 유미를 타이르고 장난을 치던 아이에게도 “유미가 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인데 그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친구 공부까지 방해되는 행동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예전 같았으면 소란스러움을 만드는 아이를 나무라거나 조용히 다가가 사인을 보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랑으로 상대방을 조정하거나 통제하지 않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아이들의 실생활과 적용하여 설명해 주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이튿날 유미가 밝은 얼굴로 내게 왔다. “선생님, 짝꿍이 어제 그 이후로 한자 공부 열심히 해요. 저희끼리 시험 봤는데 1개 틀렸어요. 제가 더 기쁜 것 있죠?”

유미의 말에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는 교사라는 자부심과 의무감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아이들 앞에서 명확한 판결을 내리는 시시비비 박사의 모습으로 서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교사이기에 내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소소한 많은 것을 간과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 너의 아름답고 찬란한 미래를 위해 선생님이 가르쳐주고 요구하는 이것들을 지금 꼭 해야 한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의 미래는 결코 멋진 모습이 아닐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닐까?

‘하늘의 별들처럼 해변의 수많은 모래처럼 내 모습 작다 느껴질 때 이 노랠 불러 봐요. 손끝의 지문처럼 그대의 가치는 유일하죠. 키 작은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하듯 시간이 되면 우리들도 그렇게 변하겠죠.’ 귀가 솔깃 흐르는 이 노래로 향한다.

나에게 맡겨진 아이들은 그 모습 자체로 귀한 것이다. 아이들과 항상 함께 호흡하고 각각의 다양한 반응을 그대로 수용할 줄 아는 그 넉넉함과 사랑과 헌신.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변한다. 내 사랑만큼! 그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내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통제하며 힘들게 하지는 말아야겠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특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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