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중소기업인과의 만남의 장에서 항상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있다. 각 지원기관은 중소기업들이 지원제도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미흡함에 대하여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소위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및 원高 등 소위 ‘3高’로 인한 중소기업 경영환경의 어려움과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주문한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 셈이죠.” 기자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지원기관이 제각각이고 그 종류가 많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와 신뢰도는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설득력 있는 지적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최근 중소기업청은 지원제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검색할 수 있는 ‘SPi-1357’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수출보험공사 등 각 지원기관들도 홈페이지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조금이나마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늦은 가을에 우리곁을 조용히 스치고 지나간 영화가 하나 있었다.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 (A touch of spicy)다. 영화 ‘시네마 천국’과 구성이나 주제면에서 흡사한 이 영화는 ‘영화’대신에 ‘음식’을 소재로 어린 소년이 할아버지와 음식과 양념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인생과 사랑 그리고 우주의 진리를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어떻게 보면 요리를 할 때 꼭 필요한 양념과 같은 존재이다. 양념은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이다. ‘적합한 종류의 양념’, ‘필요한 양 만큼의 양념’, ‘적절한 시기의 양념’은 양념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유념해야 할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이 세가지 요소의 적정한 조화가 없다면 양념으로서의 기능이 반감될 것이다. 공급자인 지원기관과 수요자인 중소기업 모두 이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보인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이를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태도와 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공급자는 수요자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변화를 주문하는 한편제한된 인력과 자금 그리고 에너지를 보다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양념이 되도록 집중함이 필요하다. 다소 일방적인 전달식의 자기 만족적인 ‘설명회’가 아니라 쌍방향적이며 수요자 중심의 ‘설득회’가 되도록 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라는 관점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수요자를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수요자가 ‘찾아오게 하는 서비스’도 중요하다 하겠다. 좋은 양념은 수요자가 먼저 관심을 갖고 찾으므로 ‘양보다는 질’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어떨까.
지원기관은 필요한 양념을 알맞게 적절한 때에 공급하고 중소기업 역시 필요한 양념을 알맞게 적절한 때에 활용하면 우리 모두 최고의 성찬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늙은 수탉과의 결전으로 체력이 떨어진 우리의 태극전사가 알프스 산맥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좋은 양념으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 독일로 보내고 싶은 것처럼 우리 중소기업이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최고의 양념세트를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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