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업조차 못하게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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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마업조차 못하게되면

<독자칼럼>

  • 승인 2006-06-17 00:00
  • 박해완 소설가박해완 소설가
지금 우리는 사회적 절대 약자인 시각 장애인들의 절규를 사회 현상적으로 늘 이어져 오고 있는 어느 집단의 이기주의의 발로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자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체의 어느 부분에 장애를 가진 사람 누군들 살아가는 동안 그 나름의 정도만큼씩 고통을 안고 살아가기는 하겠지만 앞을 볼 수 없다는 시각장애는 그야말로 더 할 수 없이 가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란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안마 업에 종사하는 것 뿐 이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하나 정상인에 비해 장애인들의 경제 활동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고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수익활동 공간은 안마업소 외에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중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들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눈물과 절규를 한낱 이기심이나 기득권 유지의 집단행동쯤으로 보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을 위협받게 된다면 누구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한강교에서 연달아 투신하는 시각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절박한 현실을 분명히 직시해야할 것이다. 시위지점 다리 아래의 구명보트 위에서 구조대기를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모습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루속히 최소한의 의미를 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녕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기어이 지난 4일에는 서울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년의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끊었다는 참담한 뉴스를 우리는 접해야 했다. 그것은 곧 존재 자체가 원망스러운 약한 자의 체념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굳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그들 모두 이 나라의 국민들이고 우리의 이웃임이 분명하다. 사고로 질병으로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작금의 현실을 대입해본다면 그들의 서러운 눈물과 몸부림과 절망은 당연한 본능의 수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 업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안마업소 쪽에서는 기왕이면 정상인 안마사를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시각장애인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선 심정이 되었을 것이다. 기실, 법리적인 해석 결정으로야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그 결정으로 인한 그들의 내일을 우리는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시각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그동안 이어져오던 안마업의 고유 종사가 허물어지게 된다면 그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은 몰락될 것이고 그 엄청난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할 뿐이다.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가혹한 고통인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미력한 사람들이다.

자립의 의지를 간직하면서 주어진 만큼 계속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나서서 하루속히 보완대책을 강구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따스하게 보듬으며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는 성숙한 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안도하는 표정을 빨리 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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