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사회부장 |
이는 이완구 충남도지사 당선자가 ‘심대평 전 지사가 펼쳐왔던 기존 정책을 발전적으로 승계하겠다’고 밝힌 점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박성효 시장 당선자 자신이 모시던 현직 시장의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연이어 새나오는 향후 정책 수정안은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더러는 ‘염 시장과의 선거 때 쌓인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한다.
게다가 박성효 시장 당선자가 수정하겠다고 밝힌 일부 시책 역시 그의 말처럼 그렇게 쉽게 변경을 단정지을 만한 것인가 되짚어볼 일이다.
지하철 문제의 경우 박성효 시장 당선자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2, 3호선 건설은 비용과 시간이 문제임을 전제한 후 ‘다시 한번 시간을 갖고 짚어보고 시민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개통된 지하철 1호선 마저도 ‘시민의 돈만 삼키는 골칫덩어리 지하철’로 만들 위험천만한 판단이다.
지하철 1호선의 건설은 2, 3호선 건설을 전제 삼은 것이며 2, 3호선의 건설에 따른 연계성이 보완된 후에야 비로소 지하철 1호선의 건설 성과를 논할 수 있음은 박성효 시장 당선자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염 시장의 주요 정책 아젠다 가운데 하나인 복지만두레는 기업, 사회단체, 시민 등이 힘을 합쳐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제도이다. 자치단체 정책 가운데 혁신 사례로 선정됨은 물론 지난해 특허청에 상표 등록된 우수 시책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복지만두레팀의 해체설’ 등 이에 대한 갖가지 말들이 흘러나오자 이 제도의 수혜자 및 관계자들로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염홍철 시장은 얼마 전 개최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해 결정된 정책을 어느 개인이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며 “정책결정은 많은 내?외??검증과 협의, 동의 절차 등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후임 시장 예정자의 잇따른 시정 변화 발언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5?1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가운데 21만7273명이 염홍철 후보를, 23만1489명이 박성효 후보를 선택했다. 박성효 후보가 획득한 표 가운데 상당수는 한나라당의 ‘싹쓸이 바람몰이’ 덕분에 거둬들인 것임은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다. 반면 염홍철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는 그 엄청난 바람몰이에도 불구하고 염 후보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성효 시장 당선자가 대전시 정책운용 및 일부에서 우려하는 인사에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될 당위성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싹쓸이 바람몰이’와 무관하게 박성효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도 상당수다. 이는 오랫동안 대전시 공무원으로 성장해 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는 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그가 이끌고 갈 대전 시정의 새로운 변화를 갈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모가 시장 취임도 전에 예전 시장이 끌고 갔던 시책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하루아침에 바꿔 버린다 해서 달성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염홍철 시장의 말처럼 ‘많은 내.외부 검증과 협의, 동의 절차 등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그가 추구할 새로운 시책에 힘과 당위성이 실릴 수 있는 것이다.
박성효 당선자가 이끌 ‘민선 4기 대전호’가 과거와 현재의 시책들을 합리적으로 아우른 가운데 발전적 변화를 지향한 시책들을 모색하며 힘차게 출항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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