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이 있듯이 한번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박세리가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2004년 이후 특별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부진의 늪에 빠져 들어 컷오프와 하위권 추락을 번갈아가며 했고 “주말골퍼보다 못하다”, “이제 박세리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더는 추락할 곳이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온갖 루머가 괴롭혔다. 난조의 원인을 추측과 분석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이렇다할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왕으로 다시 복귀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노력밖엔 없었던 것 같다. 부진함을 탈피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을 것이고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일축하듯 스스로의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 태권도와 킥복싱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간의 부진을 마음의 병이라고 스스로 자가진단 하여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골프를 생활 속에서 즐기는 것으로 마음의 훈련을 했다고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초조함과 중압감을 순간순간 즐긴다고 들었다.
학생들에겐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박세리가 주는 교훈처럼 노력과 삶의 즐김을 학업의 연장선에서 동시에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놀며 마냥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 안배를 병행하여 이왕 할 것이라면 미리 준비하고 스트레스 없이 즐기며 하라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박세리는 1998년 외환위기로 국민들이 실의(失意)에 빠져 있을 때 많은 기쁨과 희망을 안겨다 준 바로 그 대회에서 다시금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였고, 2002년 같은 대회에서 우승할 때 마침 한국 축구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이번 대회도 우승과 동시에 온통 축구열풍에 휩싸여 있다.
우승 인터뷰에서 그녀는“한국 축구에 행운을 가져주는 여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 지난 화요일은 온 국민이 축구로 기뻐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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