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연:휴 잭맨, 할리 베리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는다는 건 행운일까 재앙일까.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돌연변이들에게 특별한 능력은 재앙에 가깝다. 보통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감시의 대상이 됐으니 말이다. 괴물 취급을 받는 이 ‘사회적 소수자’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서성거린다. 한 쪽은 사람들에 순응해 사는 공존 쪽이고, 다른 쪽은 싸워서 인권을 찾겠다는 투쟁 쪽이다.
1편과 2편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돌연변이들을 지켜 본 관객들은 이들의 딜레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얄팍한 호기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양 쪽 돌연변이들이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누가 이길까. ‘최후의 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엑스맨’ 3편은 이 호기심을 십분 활용한다. 편을 확실히 가르고 양 편을 강력하게 충돌시키고, 마침내 장렬하게 폭발시킨다.
줄거리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한 제약사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영구히 제거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 유전자를 제거하고 보통사람이 되어 사회로 돌아갈 것이냐, 돌연변이의 삶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딜레마는 돌연변이 공동체를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치료제 개발을 돌연변이 말살로 규정한 매그니토는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한편 2편에서 사라졌던 진 그레이가 돌아온다.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물속으로 사라졌던 그녀는 최강의 돌연변이 다크 피닉스로 부활한다.
우리의 엑스맨들은 진의 폭주를 막고 매그니토 등 인간과의 싸움에 나선 동족들과 마지막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임무가 무거워진 만큼 돌연변이들의 기술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고 늘어난 수만큼 능력도 다채로워졌다. 3날 칼날의 울버린, 날씨의 여신 스톰, 금속을 조정하는 매그니토, 변신의 귀재 미스틱, 불의 전사 파이로, 얼음의 아이스맨 등 기존 멤버에 마음대로 물체를 통과하는 새도우 캣, 돌연변이 디렉터 칼리스토, 괴력의 저거노트 등이 합류해 훨씬 다이내믹한 액션세계를 펼쳐 놓는다.
‘엑스맨’ 시리즈를 낳고 기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뒤를 이은 브렛 래트너 감독은 시리즈의 본질적인 질문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볼거리를 강화시키는 안정적인 방법으로 완결편이라는 힘든 숙제를 풀어냈다. 래트너는 갈등도 유머도 스턴트도 짧게 자주 몰아치는 방식을 좋아하는 지휘자. 거대한 스케일의 볼거리와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빠른 전개가 주는 긴장감은 내공이 엄청나다.
그런데 ‘엑스맨’ 시리즈는 3편에서 끝나는 걸까.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더 이상의 엑스맨은 없다”고 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폭풍같은 최후의 전투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다 올라갔을 때쯤 불쑥 등장하는 장면은 4편 제작을 암시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울버린의 에피소드로 스핀오프가 제작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니 낙담은 마시길. 그냥 즐기는게 답이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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