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청춘의 ‘슬픈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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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이은 거리 잔혹사 2탄

  • 승인 2006-06-16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유하감독 4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
‘남자배우’로 다시 태어난 조인성
끝없는 욕망·일상화된 폭력 그려



■비열한 거리

주 연:조인성, 이보영, 남궁민





유하 감독이 영화 관객들과 처음 만난 건, 1993년
자신의 대표시와 제목이 같은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들고서였다. 영화는 망했고 그는 잊혀졌다. 사람들은 시인이 한 번 해 본 외도로 여겼다.

결혼에 대한 도발적 시선을 담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불쑥 내놓았을 때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10년이 넘도록 충무로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은…’이 호평을 얻자, 내친 김에 한 편을 더 찍는다. 마카로니 웨스턴 제목 같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를 흥행감독 반열에 올려놓았다.

‘결혼은…’과 ‘말죽거리…’ 두 편으로 ‘능란한 이야기꾼’으로 인정도 받았다. 낡고 식상한 소재라도 그의 어법을 통하면 신선한 이야기가 됐다. 그럼 네번째 이야기도 그런 신통한 재주가 통할까. ‘비열한 거리’는 한 조폭 새끼두목의 이야기다.

주인공 병두(조인성)는 챙겨야 할 부하도 있고 모셔야 할 형님은 그보다 많은 새끼두목이다. 그는 ‘식구’를 항상 강조한다. “식구가 뭐냐
? 같이 밥먹는 입구멍이여.” 병두는 부하들의 입구멍에서 밥숟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또 피를 나눈 가족도 건사하기 위해 피땀 흘린다. 달리고 또 달리며 싸우고 또 싸운다. 사람도 죽인다.



한편 민호(남궁민)는 조폭 영화를 만들겠다며 병두에게 접근한다. 초등학교 동창인 민호 덕에 병두는 첫사랑 현주(이보영)를 만나게 되고, 민호에게 비밀을 전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인간의 폭력성과 조폭성에 관한 시리즈물을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비열한 거리’는 ‘말죽거리…’를 잇는 거리의 서사다. ‘말죽거리…’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현수는 폭력의 탄생을 말했다. 평범한 한 인간이 자기가 가진 걸 모두 뺏겼을 때 고작해야 폭력을 통해 울타리를 벗어 던졌던 것이다.

‘비열한 거리’는 그렇게 탄생한 폭력성과 조폭성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건설업자는 조폭들의 욕망을 악용하고, 소비되는 조폭들은 도구로 전락한다. 조폭 영화를 찍는 민호 또한 조폭을 소비하는 또 다른 매체다.

유하 감독은 조폭 한 명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사는 법에 주목하되 그것을 특수화하기 보다 모두의 ‘조폭성’으로 확대한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하는 극중 대사는 그래서 주인공의 변명인 동시에 감독이 관객들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다.

흉기가 난무하는 살벌한 싸움 속에서도 민간인이 사는 비루한 욕망을 빠뜨리지 않는다. 한국 조폭영화에서 드물게 만나는 반가운 모습이고, 낡은 조폭이란 소재를 유하 감독이 요리해낸 어법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년같은 이미지였던 조인성은 이 영화로 남자배우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그의 눈은 잘 생겼지만 비열함도 지녔다”는 감독의 지적대로 말끔한 외모 속에 감춰진 비열한 욕망을 잘 드러냈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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