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나부끼던 슬로건인 ‘꿈은 이루어진다’가 국민에게 시사한 메시지는 희망이고, 갈망이었다. 선수들은 이에 보답하듯 결과로서 화답을 하였고, 국민은 이에 열광하던 기억이 뚜렷하다. 이제 2006년 독일월드컵과 함께 이러한 희망이 미술계에 불고 있다.
대전의 ‘김동유’라는 키워드가 그 희망의 심지에 불을 댕긴 것이다. 연이은 해외 경매전에서 한국대표작가의 입지를 갖게 된 것이 개인적인 명예인 동시에 외면당하는 미술문화계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물론 경제적인 계산이 깔려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미술계가 공공연한 폐해를 반복해가고, 공정성을 잃어 혼란의 길을 걸어가는 와중에 한국 미술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작게나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2만명이 넘는 작가들이 삶과 치열한 전투를 치루며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다. 단지 예술이 좋아서 젊은 혈기에 시작된 삶이지만 순탄치는 않은 길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느 시기에 한국에서는 직장인의 추가 경제활동인 투잡(Two-Job) 문화가 일어났다.
자녀교육과 노후를 위해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경제활동에 활용하여 좀 더 풍요로운 내일을 위한 선택이다. 그와 상반되게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삶을 꾸려 가기위해 투잡을 필수로 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나는 주변에 유능한 선후배들이 국내 현실에 부딪쳐 쓰러지고, 아파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아 왔다. 지역 작가의 현실은 작가로서, 기획자로서, 홍보자로서, 판매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만 한다. 이제는 작가라는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실업자(失業者)로서의 소외계층으로 치부되는 작가의 현실을 미술협의체와 공신력 있는 국가 인증체계를 가지고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당장 지면을 통하여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지역 문화가도 작가에게 작품에 할애하는 시간을 배려하는 구조로 변화하여야 한다. 그것이 미술문화를 지키고 작가를 보호하는 작은 실천으로서 공생하고, 상생의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작가들은 좋은 작품으로 한국을 상품화하는 실업가(實業家)로서 남을 것이다.
지금 독일에서 4년 전에 깨어나고 만 꿈을 다시 꾸려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문화가 일어나는 소박한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이 모두가 희망의 꿈속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는 행복한 꿈을 꾸며, 그 꿈에서 영원한 우승후보‘COREA’로, 세계 미술의 요람 ‘COREA’의 꿈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전 현대갤러리>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5월28일 오후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김동유(41)의 유화 ‘마릴린먼로vs마오주석(사진)’은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3억2300만원에 팔려, 한국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동유의 작품은 마오쩌둥의 얼굴을 작은 픽셀로 삼아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화면 가득 그린 팝아트적인 기법의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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