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들도 알아야 할 ‘공무원 3칙(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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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들도 알아야 할 ‘공무원 3칙(則)’

<시 론>

  • 승인 2006-06-13 00:00
  • 김중겸 건양대 석좌교수김중겸 건양대 석좌교수
두 권의 책이 눈을 끌었다. 일본인이 쓴 일본책이다. 모두 공무원의 처신에 관한 것이다. 요약하면 세 가지다. 공무원으로서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지켜야 할 수칙이다. 이름하여 공무원 3칙이라 명명했다. 이상론이 아니다.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이다.

첫째는 법규를 방패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이다. 민주국가의 공무원은 법치주의를 따라야 한다. 법치주의란 다름 아니다. 법대로 하는 것이 법치주의이다. 이 일을 해도 법규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해야 한다. 저 일을 해도 법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

법규에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민원인이 애걸복걸을 해도 규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평소에 잘 하는 사람에게는 더 잘 하라는 취지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시비를 거는 등 미운 짓을 한 자에게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권한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법적 근거가 있고 법규에 정한 요건을 구비했다고 해서 무사통과 시켜서는 곤란하다. 미운 놈은 질질 끌어도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연구해야 한다.

둘째는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출세를 하려면 한 자리에 한 1~2년 앉았다가 더 나은 자리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업무에 대하여 넓되 얕게 알아야 한다. 그저 대충 알면 된다. 조예가 깊거나 정통할 필요가 없다. 한 업무에 대하여 깊이 있게 통달하게 되면 그 일만 맡게 된다. 대개 골치 아픈 일이다.

승진은 관리와 경영이라는 일에 근접해 가는 것이다. 올라 갈수록 전문가적 지식과 기술의 중요도는 적어진다. 일반론적인 원칙과 상식이 중요시된다. 좁은 시야보다는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전문가의 단계를 지나서 책임자의 자리로 넘어가는 것이다.

전문성보다는 오히려 줄서기를 잘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승진경쟁은 도토리 키재기다. 그만그만 한 경쟁자 끼리의 자리 쟁탈전이다. 아무래도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야 한다. 한 마디라도 인사권자의 귀에 들아가게 해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셋째는 소관사항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관청마다 관장하는 사무가 있다. 부서마다 관할하는 업무가 있다. 내 고유의 일이 있고 내 옆 동료는 동료대로의 일이 있다. 소관사무다. 이 소관사무의 양과 질에 따라 권한이 결정된다.

소관은 조직의 생명줄이다. 예산배정의 기준이 된다. 인력증감의 관건이 된다. 나아가 승진에도 영향이 미친다.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파워와 위신을 좌우한다. 그 조직에 속한 공무원의 밥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관사항은 늘리면 늘렸지 줄어들게 해서는 안 된다. 밥줄이란 늘려야 잘 살게 된다. 줄어들면 잘 살 수 없다. 철저히 지켜 내야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유사한 업무는 탈취해 와야 한다. 여러 부서에 중복되어 있다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내 것을 뺏어 가려고 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철저히 저항해야 한다. 반격해야 한다. 같이 하자는 협조요청에 대하여는 가급적 손을 잡지 않는 편이 낫다. 생색은 그쪽에서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공무원 3칙은 이웃나라 일본 관료행태의 현주소다. 공무원의 머리는 일반인과는 다르다. ‘안 되는 것’으로 꽉 들어 찬 게 공무원 머리다.

전후 부흥의 주역이라던 일본 공무원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 지금 일본 공무원들은 급여와 연금과 정원의 삭감이라는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도 이 ‘공무원 3칙’은 벌써부터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 아닌가? 우리 공무원들도 3원칙을 끝내 고수하다가는 자리 보전이 어려울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뽑힌 새 일꾼들도 4년 간 공무원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선 ‘공무원 3칙’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미 아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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