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이 1.08로 떨어진 것은 자녀에 대한 상대적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평균 출산율 1.57명은 물론 전 세계 평균 2.6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 출산율이 2.1명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은 1983년도에 2.08명을 하향 돌파하여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 파동을 겪은 선진국들은 다각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미국 2.05명, 프랑스 1.9명, 영국 1.74명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출산의 기회비용과 순가격이 급등한 반면 기대효용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공동체사회나 농경사회에서는 자녀수는 가문의 번성과 노후를 대비한 투자재의 성격이 강했다. 부모들이 자식을 많이 낳으면 노동력이 증가하여 가계수입이 증대되고 노후에 안락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경제가 고도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할 유인이 감소하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져 투자재로서의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 부모들은 자식을 많이 낳아 노후에 대비하기보다는 자식을 적게 가져 투자를 줄이며, 자식한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가족 친화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사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남녀차별적인 기업문화와 여성 노동자의 70%이상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여성들은 아이 낳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증가로 출산과 결혼의 기회비용이 증대하였고, 가정에서의 육아부담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사교육비와 양육비의 급증도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으로 자녀와 함께 거주할 주택마련 비용이 증가하였고, 보육시설비용 부담과 직장휴직으로 인한 기회비용 및 경력단절 등 불이익이 적지 않다. 대학 진학률이 82%를 넘어서면서 교육기간의 증가와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로 교육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마이클 레빈은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방치하기 쉬운 작은 문제점(방치된 깨진 유리창)이 기업과 조직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산 현상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는데 방치되어 출산억제정책을 지속하였고, 출산율저하에 대한 사회적 이슈나 정책적 관심도 없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의 순가격을 낮추고 기대 효용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출산과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여성들이 마음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사~육아의 남녀분담 및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의 다원화에 대응하여 이민과 해외동포 등에 대한 정책변화도 모색되어야 한다. 해외 입양자 국내 입양권장, 다출산 가정에 대한 세제지원과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선진국들의 성공정책들을 벤치마킹하고, 현재 GDP대비 0.1%수준인 가족관련 지출을 OECD국가 수준인 2~3%로 증가시켜야 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와 사회환경을 조성하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개인적 부담을 경감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직장중심 문화로부터 탈피하여 직장과 가족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