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쓰고 보니 대단한 농사라도 짓는 양 싶지만, 주말농장이야기다.
얼마 전에는 가족들까지 나와 함께 일을 했는데,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라면서 농사를 거들던 이야기며, 농촌을 되살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한마디씩을 하는데 모두들 신토불이의 신봉자가 된 듯 했다. 말 그대로 벌떼에 쫓기기도 하고, 아이들은 지렁이에 놀라 기겁을 하기도 하며, 흙투성이가 되어 일하는 가운데 초보 농군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주말농장에서 어설프게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해본들 들어가는 비용의 몇 분의 일에 지나지 않겠지만 흙을 일구어 씨 뿌려 가꾸고 수확을 맛보는 기쁨을 그 무엇과 견줄 수 있을까 한다. 더욱이 산허리 휘감아 도는 뻐꾸기 노래 소리를 벗하고 단맛 나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구슬땀 흘려 일하면서 우정과 가족의 정까지 새삼 느끼게 되고, 또한 흙이 지니는 의미와 자연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체험해보는 소득이 무엇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사를 제일의 근본으로 여겨왔지만, 최근 들어 우리 농촌과 농업인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마음이라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요즈음 ‘참살이’니 ‘5도2촌’(五都二村)이니 하여 주말농장을 찾고 전원주택을 꿈꾸고 있지만 농사라는 것이 만만한 게 아니다. 농사가 농촌에 대한 향수나 목가적(牧歌的)인 동경만으로 덤벼들 일은 아니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데, 시늉을 내는 농사가 게으른 표를 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만 조그마한 텃밭을 마련하여 채소를 가꾸고, 오랜 벗 불러 갓 거둔 감자, 옥수수 삶아 내고, 부침개에 탁배기 한 잔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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