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경제부장 |
지역정가는 이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당선자 대다수가 정치 신인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한 색깔의 같은 당 인사들이 광역과 기초의 행정기관과 의회를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찍이 우리 지역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구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행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이란 점에서 반기는 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인 균형과 견제 기능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게 지역민의 중론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을 적극 지지해 찍어줬다기보다는, 여당인 열린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반발심리가 표출된 결과물이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대전지역 일부 여당 후보는 ‘박대표 피습사건 열풍’으로 추풍낙엽과 같이 낙선됐다며 아직까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어려운 살림살이에 찌든 서민들의 바람 즉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정치는 주민으로부터 버림 받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누가 시장이 되고, 누가 군수가 되는지 그리 중요치 않다. 그저 경제와 민생이 안정되어 남부럽지 않게 가정을 꾸려나가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때문에 어느 학자는 유권자를 유목민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배불리 먹고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에 유권자는 몰리고 지속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의 참패로 풀이 죽어 있는 열린당 역시 지난 2004년 4?3총선 때까지만 해도 충청권에서 대다수 의석을 휩쓸며 지역 주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음을 우린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승리의 도취감에서 깨어나야 한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뿐이다. 지역민들의 기대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중앙정치 논리를 좇는 정책이 아니라, 대전과 충청 지역민을 위한 시정(施政)들을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충청권 행정과 의회권력을 독점한 형국에서 자칫 자치행정에 문제라도 생기면 이젠 그 모든 책임이 한나라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벌써부터 내년 대통령선거를 예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착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한나라당 몰표 현상이 내년 대선까지 지속되리란 보장은 결코 없다.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 기관 발표가 이를 잘 반증해 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했던 대전?충청??유권자들에게 내년 대선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무려 59.1%가 ‘그때 가서 결정 하겠다’고 밝히며, 언제든지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번에 새로 입성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시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 임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체장들은 단체장대로 자신들이 내세웠던 공약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며, 당선을 위한 공약(空約)이 아닌 진정 지역민들을 위한 실천 가능한 공약(公約)이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또 의회에 등원하는 지방의원들 역시 집행부의 거수기가 아닌 진정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 의원상(像)을 보여줄 책무가 있다. 그 길이 4년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오늘날과 같은 영광을 재현하는 방법이자, 유목민과 같은 유권자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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