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에 의해 주도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의회가 멋대로 부정했다는 민심의 분노를 야기하였고 결국 2004년 4·13 총선 때 열린 우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허락하였다.
그 후 2년 만에 치러진 이번 5·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이 더해지긴 했지만 열린 우리당에 의해 주도된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는 중간 평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이 특별히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영남은 탄핵정국 아래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고, 이 30% 내외의 한나라당 고정 지지세에다가 열린 우리당의 미숙한 국정수행능력에 염증을 느낀 수도권 사람들이 한나라당 지지에 가세하여 이러한 결과가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16명을 선출하는 광역단체장 선거로 보았을 때 한나라당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11명을 당선시켰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충남의 1명이 늘어난 12명을 당선시킨 것이 그 증거다.
어떤 사람들은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결장으로 전락됐다고 우려하지만 기초의회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하는 마당에 정당정치로 대표되는 중앙정치를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선거가 도입된 지 15년, 겨우 4대째라는 일천한 역사성과 이번 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치러진 집권정당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그런 현상을 굳이 탓할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중앙정부를 구성하는 집권정당인 열린 우리당의 참패가 시사하는 것이 적지 아니 한 바 열린 우리당은 크게 반성하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 정권을 창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그 동안 우리의 정치문화를 장식하였던 불의와 반칙, 변절과 야합에서 벗어나 정의와 원칙, 기본과 상식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당시의 국민들은 기득권 안주와 보수보다는 변화와 개혁을 원했다. 하지만 3년 반이 지난 현실에서 뒤돌아보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의 국민들은 열린 우리당에 총체적으로 실망하고 있다.
이제 남은 세월은 1년 반이다. 짧다고 하면 짧지만 그래도 여전히 긴 세월이다. 레임덕 현상이 우려된다고도 하지만 그렇다고 허송세월로 보내기는 너무 긴 세월 아닌가. 다시 한 번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전열을 가다듬고 분발하는 집권당을 기대한다.
열린 우리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고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을 위해서다. 1년 반 제대로 국민을 위해 뛰고 난 뒤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민이 원치 않으면 언제든지 야당을 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자금 차떼기, 성추행, 공천장사 등 오명으로 얼룩졌던 정당의 이미지로는 온전한 의미의 수권정당으로서의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집권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 기인한 반사이익의 결과이지 자신의 진짜 실력(?)에 기인한 것은 아니며, 반사이익의 칼날은 언제든지 자신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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