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름을 알 수가 없구나. 내일 학교 가서 생물선생님께 여쭤보는 게 어떻겠니?”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대학교수는 조용히 서재에 가서 식물도감을 꺼내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식물 이름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생물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 드문 그 식물에 대해 서로 연구하고 토의했다.
다음 날 호기심 많은 그 학생은 생물선생님으로부터 식물 이름을 명쾌하게 알게 되었다. 그 후 학생은 선생님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믿음을 가지고 공부에 재미를 붙여가면서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학교 가는 일을 마냥 즐거워했다. 교육은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신뢰와 존경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
얼마 전 청주의 모 초등학교에서 참으로 있을 수 없는, 개탄스런 일이 발생했다. 수많은 학생과 교원들이 보는 가운데서 담임교사가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이것은 교육 파탄(Catastrophe)현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감히 말하거니와 이것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오해요, 자녀에 대한 치명적인 상처다. 자녀를 아끼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자괴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지닌 대학교수의 그 ‘사려깊음’이 너무나 그립고 존경스럽다. 지상의 왕자들이여, 교육가족과 교육공동체를 운위하기 이전에 무엇이 진정 자녀를 사랑하는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참다운 교육인지를 위 대학교수의 성찰에서 벤치마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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