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으로 돌아가자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근본으로 돌아가자

<시 론>

  • 승인 2006-06-08 00:00
  • 정상희 목요언론인클럽 이사정상희 목요언론인클럽 이사
정말 희한한 구경거리다. 5.31선거 몇일전에도 열우당 대표가 머리를 조아리며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읍소할때도 웃었다. 헌정 이래 거대 여당이 눈물로 표를 구걸하는 민망한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31 투표함의 뚜껑을 열고 보니 정말 희한하고도 믿기 어려운 통계가 쏟아져 나와 진짜 웃겼다. 이건 만화다. 정치소설을 쓴다 해도 웬만한 담력을 갖지 않고는 이번 선거결과와 비슷한 이야기는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거대여당이 박살난 것이다. ‘이나라는 불의가 승리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역사’라며 자기들만이 역사의 적자이며 개혁의 상징이며 무오류라고 자랑하던 열린우리당, 그래서 박정희를 난도질하고 80%, 20% 로 국민을 편갈라 분열시키던 여당이다.

선거결과가 나오자 청와대의 첫 번째 반응은 “민심 흐름의 변화를 알았다”며 그래서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가 아니라 ‘아직까지 해오던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였다. 마치 청개구리같은 오기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더욱 무섭고 소름 끼치는 것은 3일 노대통령 발언이다. “선거 한 두번 졌다고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것 아니다.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주체가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이 뒤집혀지고 국민의 걱정은 쌓여만 간다.

선거 한 두번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 한 두번으로 이나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 빨치산출신 비전향 장기수가 민주유공자가 되고 백주에 불법 시위를 진압하러간 경찰관이 미군철수를 외치는 단골 시위꾼들에게 얻어 터지는 나라가 됐다.

오죽 답답했던지 열린우리당 김부겸의원은 이날 그의 홈페이지에 “잘못하면 이정권이 얼치기 좌파정권의 몰락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썼다. 천심으로 읽어야할 민심을 살폈으면서 순전히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1515년 중종은 과거 시험에서 공자는 누가 자기에게 나라를 다스리게 맡긴다면 3년이면 정치적 이상을 성취한다고 말했는데 과연 공자가 3년 이내에 그의 말대로 정치적 이상을 성취했는지 대답하라고 문제를 냈다.

조광조가 대답했다. “나라의 법도와 기강을 세우는 원리는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데 있다. 모든 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다. 근본을 바로잡는 일이 우회적인 것 같지만 호력을 쉽게 얻고 말단에 매달리는 게 중요한 것 같지만 성과 거두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광조는 이어 “그래서 정치원리를 잘 아는 사람은 반드시 근본에 속한 일과 말단에 속한 일을 구별한 후 먼저 근본을 바로잡는다. 근본이 바르면 말단을 다스리는 문제는 걱정 할 것도 없다”고 대답한다. 그 시대의 근본이라면 도(道)의 실현이요 도란 성리학의 진리였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근본은 무엇인가. 헌법이다. 헌법 1, 2조에는 국호는 대한민국 나라형태는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있다. 오늘의 이혼돈은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정치 세력 때문이다. 선거가 중요하지 않다면 헌법을 폐지하고 전제정치로 회귀하잔 말인가.

아니면 탱크 몰고 한강다리를 넘어 총칼로 입헌정부를 타도하여 또 쿠데타를 일으키자는 말인가. 선거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큰길이며 왼쪽으로 쏠린 이념노선에 경종을 울려주는 제전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의 참된 뜻을 알아야 한다. 스스로는 매우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 느끼고 듣는 사람들이 해박한 지식에 외경심을 품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그는 말을 막한다. 무슨말인지 모르고 말했기 때문에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밥술이나 먹게 됐다. 우리는 주린 배를 찬물로 채우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일구어 열매를 따먹고 있다. 그런 나라가 좌익의 쓰나미 앞에서 풍전등화처럼 떨고 있다. 근본으로 돌아가자. 헌법으로 가자. 근본을 지키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