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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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린다

<종교칼럼>

  • 승인 2006-06-07 00:00
  • 류기열 유성장로교회 담임목사류기열 유성장로교회 담임목사
“한 집안에 덕 있으면 그 나라에 덕 일어난다. 한 집안에 물러서 양보하는 일이 있으면 그 나라 전체가 양보의 정신이 넘치게 된다. 백성을 다스리고 덕을 미쳐야 할 군주가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분쟁이 끝나지 않는다.” 이 고전적 교훈은 가정과 국가의 관계, 그리고 가정과 지도자의 인격형성의 관계를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태초에 하나님이 가정을 만드셨다. 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이 홀로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긴 창조주께서 함께 살 이브를 창조하여 가정을 이루도록 했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다.

가정은 그 구성원인 가족들간의 만남이 있는 곳이며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 실현되는 곳이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녀들은 외부세계와의 사회적 접촉을 시작하기 전 가정에서 가족과의 교제와 접촉을 통해서 인격형성의 틀을 잡아 간다. 그래서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적응도가 낮게 되고, 가정교육이나 인격형성훈련이 제대로 된 사람들은 사회 적응도나 기여도가 높게 마련이다.

이것은 곧 집안에 덕이 넘치면 국가에도 덕이 흥하게 된다는 논리와 맞물린다. 그리고 양보와 덕을 배우지 못하고 익히지 못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는 덕을 베풀지 못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논리에 상부한다.

이준경은 조선왕조 명종 때 영의정을 지낸 사람이다. 그의 어머니는 이수경의 부인인 신씨 였다. 이준경은 어머니인 신 씨에게서 다섯 살 때 소학을 배우기 시작했고 갑자사화 때 아버지를 여의고 시골로 귀양을 갔다가 연산군이 퇴위 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른뒤 귀양에서 풀려났다. 그때 그의 나이 아홉 살이었다. 신씨는 준경을 데리고 서울로 돌아왔으나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자 친정으로 내려 갔다.

거기서 준경에게 엄한 교육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들에서 준 교훈 한 구절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과부의 아들은 소견이 없다고 했다. 너는 일찍 아버지 여의고 나에게 의지하여 배우며 살아 왔다. 만일 네가 작은 행실이라도 잘못하면 세인에게 버림받을 것이니 아무쪼록 학업에 힘써 집안의 가업을 추락시키지 말도록 하여라.” 이준경은 훗날 학문과 덕을 쌓아 영의정을 지냈다. 현모 신씨의 가정교육이 훌륭한 인재를 키워낸 옛 이야기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들은 보다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가정의 대들보 노릇을 하던 가장들이 머리숙인 남자로 전락하면서 가정붕괴와 가정해체 현상이 사회전반으로 번져가면서 가정의 기존가치와 의미가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가족관계나 가정의 존재의미가 경제보다 더 소중함에도 경제적 조건 때문에 가족해체의 비극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는것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이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린다. 또한 가정 도덕이 붕괴되면 국가 질서가 붕괴된다. 그래서 가정은 국가의 모판이며 사회 구성의 원점이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하루 빨리 가정의 원상을 회복해야 한다. 전투적 가정 분위기를 이해와 사랑이 넘치는 가정으로 바꿔야한다. “비록 호랑이는 육식동물이지만 제 새끼를 먹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든든한 가정의 기초는 사랑과 이해, 협력과 인내다.

가정이란 지구상 유일의 혈연 공동체이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작은 국가다. 가정의 평화가 곧 국가의 평화가 되고, 가정의 안정이 곧 사회의 안정이 된다. 가정이 제대로 살아야 국가가 산다. 부모는 주의 교훈과 훈계로 교육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가정이라야 산다. 우리 모두 가정을 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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