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민주주의의 풀뿌리인 지방선거는 나라의 정책을 토론하고 수행하는 중앙정치와 달리 전적으로 내 고장 일을 잘 할 인물을 뽑는 지역주민의 축제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혼탁해진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차분하게 선거결과에 대한 비판과 개선점을 찾아서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를 맴도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우선,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주권을 행사한 비율이 51.5%밖에 되지 않는다는 낮은 투표율은 세계적 추세인 정치적 무관심 집단(Do not Know group)의 증가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지역구에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의도한 국회의원들의 정당공천제 채택으로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서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선거 때마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에 대한 올바른 비교·선택을 위하여 참 공약실천(매니페스토)운동이 전개됐지만 선거 영역에서는 커다란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방선거에 채택된 주민소환제(리콜)를 국회의원에까지 더욱 확대시켜 주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머슴은 해고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또 매니페스토 운동이 실효를 거두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실천 가능한 것인지는 물론, 알찬 비판이나 비교분석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공약을 실천하지 않은 당선자의 주민소환이나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 등을 전개할 경우 현행법상 선거방해죄 등의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심층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합동연설회를 폐지하여 후보들을 동일 기회에 비교·분석해 볼 기회가 없는 점, 거리유세와 현수막 광고, 선거공보만으로 무소속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도 충청권 주민의 입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의 집중적인 연구·검토가 필요하다.
현지에는 이미 행정수도건설청이 신설되어 업무를 시작했고, 수용토지에 대한 보상금지급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지만, 아직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행정도시가 향후 충남도 산하의 시로 될 것인지, 충남도와 분리된 특별시가 될 것인지에 따라서 충남도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 지금까지 대전·충남지역은 대전을 중심으로 교통·통신망이 구축되었으나, 행정도시 이전 후 충남 각 시·군은 필연적으로 생활권이 바꿔져서 행정구역의 재편성 위기를 맡게 될 것이다. 가령, 행정도시 이북지역인 천안·아산의 광역화 내지는 수도권 위성도시로 떨어져 나갈 가능성과 조치원읍 등 행정도시 지역이 아닌 연기군 일대의 충북 오송·오창지구로의 편입 가능성 등에 대한 심층 분석도 필요하다.
대전 역시 행정도시의 위성도시 내지 배후도시가 될 것인지 아니면, 행정도시와 보폭을 같이하는 지역도시로서 위치를 지속적으로 가지게 될 것인지 여부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또 도청이전이 충남도민에게 지역균형발전의 기회가 될 것인지, 도청 이전에 따른 2조7000억 원으로 추계되는 비용을 조달하는 문제로 그렇지 않아도 허덕이는 농가부채에다 조세부담 가중으로 생활을 억누르는 족쇄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해 보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의 장이나 의원들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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