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소설가이면서 시대를 읽는 예지를 갖고 있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었다. 전원적인 산업혁명 이전 사회의 모습을 감미롭게 그려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는 마이크로테크놀로지의 영향으로 공장굴뚝이 소멸하고 있는 의미를 새롭게 바라다 볼 줄 아는 지혜와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순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 새 푸대에 새 포도주를 담는 지혜와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살고 있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마치면서, 대거 새롭게 등장한 목민관들이 참으로 깊이 있는 사유와 참 지식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없이는, 매니페스토를 표방한 어떠한 공약도 공장굴뚝의 의식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과거 지향의 부산물로 침몰할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분배라는 재래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지식기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배분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래식 관료조직의 재편성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식의 의미가 새로운 혁신의 도구로 변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제, 지식은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의 시녀로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적어도 참 지식은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로고스적인 원형을 유지하면서, 보편타당성과 전문성에 기초한 미래지향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재래식 관료조직으로서는 이런 유형의 문명을 담아내기에는 제인 오스틴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오늘 우리 사회는 공장굴뚝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 정보가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즉 후기 자본주의 사회라는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재래식, 공장굴뚝 중심의 권력구조인 관료체제가 아닌, 새로 선출된 목민관들의 ‘정보의 수평화’를 통한 적응적 경영체제를 갖추는 일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기반 사회는 계선 조직의 사회가 아니라 수평적인, 개인의 퍼스낼리티와 전문성을 십이분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조직 구성이 요구된다. 관료조직은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아 무능력한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데 이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낭비적인 조직 개선으로, 각 개인의 정보와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새 푸대를 창의적으로 장만하는 일이 지식의 적용과 그 지식의 적용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는 경영의 시대다. 경영이란 감시감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적용하고, 그 적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산을 이루기 위해 한 삼태기의 흙을 붓는 일도 단순 반복적인 일이 아니라 창의와 정보의 배분이라는 권력구조를 깨닫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지식의 정보적 가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서 효율화될 것이다. 지식 자체가 정보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의 전문성을 소유하면서도 장르적인 한계를 뛰어 넘어 상호연계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지식 생산의 그룹으로서의 조직을 형성시켜 주는 일이 정보의 수평화를 추구하는 첩경일 것이다.
지식은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사회란 다름 아닌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새로운 지식으로 이끄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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