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법칙은 연구개발 분야의 전문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뛰어난 엔지니어로 실력을 자랑하는 일, 훌륭한 작가나 음악가로 두각을 나타내는 일, 세일즈 업계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 유명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누리는 일 등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한 분야에 10년 이상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의 남다른 열정과 함께 무엇보다도 의지력과 집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10년 이상을 한 분야에 정진하는 데에는 수많은 유혹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러한 유혹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처절한 집중력과 끊임없는 훈련이 동반되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인내와 절제가 수반된 지속적인 열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루어가는 전문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오만과 편견’이다.
자신이 이뤄낸 성과와 성취로 인하여 다른 전문가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것을 최고로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흔히 갖는 오만인 것이다. 또 하나의 함정은 편견이다. 다른 사람들의 성과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본인의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의 기술시장을 이끌어가는 정보기술(IT) 이후에 찾아 올 거대한 미래사회의 트렌드는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등이 융합된 퓨전기술(Fusion Technology)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 필요한 전문가의 자세는 무엇인가 ? ‘오만과 편견’이 아닌 ‘겸손과 이해’라고 생각한다.
진실한 전문가의 ‘겸손’은 최고의 실력과 함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은 ‘확고하나 거만하지 않으며 조용하나 무언은 아니며 강하나 거칠지 않은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또 다른 덕목인 ‘이해’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가능하다. 주위의 모든 것을 ‘내 것’과 ‘네 것’으로 갈라놓고 ‘내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요즘 세태다. ‘네 것’은 오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세상을 향하여 성경은 ‘서로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술은 융합의 시대로 가는데 사회는 양극화로 가고 있다. 다양한 기술은 하나로 합쳐지고 녹아들어 또 다른 기술로 재창조되는데, 사회는 다른 분야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불신의 골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자세가 바로 ‘겸손과 이해’다. 특별히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창출해내야 하는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사회 지도층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
사소한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사사로운 감정을 떨구어 내고 주변과 함께 자신의 분야에 정진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내일을 위하여 이상을 높이 품고 계획을 세우며 가치있는 일에 투자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주도적이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노력과 함께 주변에 대하여는 겸손과 이해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전문가가 많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그렇게 되면 우리들의 높은 기술력으로 인하여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우리 눈 앞에 다가올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