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길과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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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길과 가야할 길

보스턴의 딸에게

  • 승인 2006-06-02 00:00
  • 시인 이가희시인 이가희
원희야, 28일이 마지막 시험이라 하더니 잘 보았는지 모르겠구나. 거의 2주정도 긴 시험을 치른 것 같던데 마지막에는 많이 지칠 것 같아 엄마는 도와주지도 못하고 안타깝구나. 시험 때 간식이라도 챙겨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군만두 좋아했는데 먹고 싶었겠다.

너는 이제 시험이 끝났지만 네 친구들은 벌써 5월 초에 한국에 들어온 아이들이 있더구나. 늘 하버드는 늦게 개강하고 늦게 학기가 끝나 네가 더 보고 싶어진다.
원희야, 이제 너의 대학생활도 2학년이 끝나 반이 지나갔구나.

3학년이 된다고 하니 나 역시 여러 가지 감회가 든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월반하여 하버드대학에 가서 처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너무나 야무지게 잘하고 있는 네 모습이 기특했다.

그러나 원희야, 이제 네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우선 워싱턴에서 교육 세미나 패널리스트 참가는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구나. 또 곧 바로 캘리포니아(미 서부지역)지역으로 아카펠라 공연을 일주일 정도 떠난다고 하니 즐거운 경험과 추억이 되길 바란다. 너도 서부 지역은 처음 가는 것이니 가슴이 설렐 것 같다.

이런 스케줄 중에도 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고민해보면 너에게 새로운 내일이 선명하게 그려지리라 믿는다. 길은 구체적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상징으로 우리 인생인 것 같다. 내가 가야 할 길 바로 네 인생의 대학생활 반을 보낸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네가 선택한 배움의 터전으로 선택한 하버드.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길 바란다.

그러나 원희야 조금 꼬불꼬불 구부러진 길도 걸어가 보자. 고개를 들어 하늘도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보자. 지금껏 지나온 길이 한꺼번에 와락 펼칠 때 몇 가지는 구부러진 길에서 의미를 찾길 바란다.
엄마는 5월이 한순간에 휙 지나가 버린 느낌이 든다.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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