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두려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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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두려워해야

  • 승인 2006-06-02 00:00
  • 백운석 정치행정부장백운석 정치행정부장
▲   백운석 정치행정부장
▲ 백운석 정치행정부장
우리 옛말에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란 말이 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이번 5·31지방선거는 우리 정치권에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선거였다.

국민들이 여당에게는 수모의 참패를, 한나라당에게는 압승을 안겨준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국정에 대한 실망과 누적된 불신에 따른 민심이반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으로 전국에 ‘박풍’까지 거세게 불면서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의미는 실종됐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휘둘리면서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그렇다 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정치가 마음에 들어 몰표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 상대적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정치에 실망해 차선으로 한나라당을 택했을 뿐이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은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무엇보다도 정부 여당의 민심이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5·31지방선거에 출마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1일 시청 출입기자와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에서의 패인(敗因)을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시민 여러분의 의지와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민심이반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참패하게 된 원인임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0?6 보선에서 27대 0의 전패를 당한 것조차 까마득히 잊은 채 민심 수습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정(國政)의 양축을 이루는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오랜 경기침체로 배고픈 국민들의 마음을 읽기는 커녕 나라를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고, 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으로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면서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식의 경제정책 때문에 오히려 가진 자(者)(?)보다는 서민들만 살기가 더 더욱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그리곤 유권자들은 무기력증에 빠진 정부와 여당에 실망, 이번 5·31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었다. 자가당착에 빠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게 ‘옐로카드’를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열린우리당의 읍소를 외면했고, ‘지방정부 심판론’과 ‘인물론’ 또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국정공백과 실정(失政)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실망보다는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승리감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 광역단체장 16석중 12석을 차지해 사상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결과에 자만한다면 열린우리당과 같은 유권자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오는 7월 1일부터 4년간 지역살림을 맡을 16명의 광역단체장과 230명의 기초단체장, 733명의 광역의원, 2888명의 기초의원이 선출됐다.
정당간의 승패가 극명하게 엇갈면서 명암이 교차하고 있지만 여야 모두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더 큰 틀의 정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반목과 갈등, 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난무해 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가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야 정치권은 하루 빨리 평상체제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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